늘보(천민영 /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한국여성재단의 메일은 가끔 가슴 두근대는 소식을 전해온다. ‘짧은 여행, 긴 호흡’ 여성활동가 비전여행 공모 소식이 그랬다.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활동가들과의 여행에, 공정여행까지! 기대가 됐다. 작년부터 동네사람들과 여성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위해 십대여자친구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까페형 쉼터를 계획해왔다. 기금마련, 물품구입, 인테리어공사 등 많은 고민들을 녹여 준비해서 올해 마침내 카페<나무>를 개소했고 지난 6개월 동안은 모든 것의 1순위가 ‘가출십대친구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흘러 마침 쉼이 필요한 시기에‘짧은 여행, 긴 호흡’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활동가끼리 여행도 처음이라 어떤 여행이 될지 긴장됐다. 동남아도 처음이라 날씨도 음식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필리핀은 낮은 건물과 유유히 길을 걸어다니는 개와 고양이, 한들한들한 바다, 버스를 향해 손 흔들어주는 현지사람들이 나의 긴장감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이곳에서 만나는 자연, 사람들, 이야기,바람소리 하나하나 온전히 느끼고 가야지’하는 생각이 움텄다. 아바탄강의 ‘반딧불이투어’는 참 멋졌다. 나무에 빼곡히 보랏빛, 연두빛 반딧불이들이 반짝반짝. 눈으로 보고도 꿈을 꾸는 듯했다. 아주 작은 반딧불이가 이렇게 큰 위로와 따뜻함을 주다니! 스스로 빛을 내고 어우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