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젠더폭력 대응활동 지원사업] 7개 단체가 만든 변화의 기록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2025년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평생 폭력피해 경험률은 36.1%에 달합니다. 피해 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은 비난과 불신 같은 2차 피해를 경험했으며, 디지털 성폭력과 온라인 성적 괴롭힘, 불법촬영 및 유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폭력의 양상이 점점 다양해지는 만큼, 현장에서도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졌습니다.
한국여성재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2024년부터 젠더폭력 대응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과 현장 활동을 통해 젠더 기반 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고, 예방과 인식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7개 여성단체의 활동을 지원했는데요. 사업에는 2,914명이 참여했고, 교육과 캠페인 등 예방 활동은 9,472명의 시민들에게 이어졌습니다. 91개 기관·단체가 함께 협력했으며, 사업 과정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온라인 조회수 25만 9,025회 이상이였습니다.
7월 23일 열린 결과보고회는 활동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이자, 현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여자를 꾸준히 만나는 일이 왜 어려웠는지, 안전한 모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고민했는지, 온라인에서 시민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었는지까지 진솔한 경험이 오갔습니다.

“혼자였으면 시도조차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도망쳤을 것 같습니다.”
반성폭력운동하는언니들(반니)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과 함께 그림책 《여섯 개의 시선》을 만들었습니다. 손그림, 디지털 드로잉, 글쓰기 등 저마다 편한 방식으로 상처와 경험을 표현했습니다.
작업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는데요. 갈등 끝에 중간에 참여를 그만둔 사람도 있었지만, 남은 참여자들은 함께 새로운 작업 규칙을 만들고 서로의 속도를 기다리며 끝까지 책을 완성해냈습니다.
완성된 그림책은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지 2일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고, 4일 만에 초판 100부가 전량 배포되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후원자들이 SNS에 후기를 올리며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적극적 합의’를 주제로 개발한 카드게임을 소개했습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동의’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관계카드, 표정카드, 플레이보드로 구성된 이 게임은 학교, 대안학교, 발달장애인 기관, 퀴어 커뮤니티, 군부대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되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참여자는 “선택지가 좁은 사람은 쉽게 ‘싫다’고 말할 수 없어요“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카드게임은 정답을 가르치는 도구라기보단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동의’를 이야기하는 대화의 매개가 됐습니다. 사업을 통해 퍼실리테이터 52명이 되었으며, 현재는 전국 70개 기관에서 이 교구를 활용한 교육이 진행 중입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일터 내 젠더폭력’을 주제로 숏폼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성차별적 농담, 외모 평가, 회식 자리의 강요처럼 직장 내에서 흔히 겪지만 쉽게 말하지 못했던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선정된 9편의 숏폼은 온라인에 공개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열어 실제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정리해 카드뉴스로 제작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홍보 시도에 힘입어 서울여성노동자회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기존 2,505명에서 10,552명으로 약 6배 증가하는 성과도 전했습니다.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진주의 유흥업소 259곳 중 48곳(18%)을 차지하는 ‘베트남 노래방’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14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시민활동가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는 시민 인식조사와 토론회로 지역사회와 공유했습니다.
“처음엔 우리도 선입견이 있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그런데 무릎담요 하나가 물꼬를 터 줬어요. 작은 선물 하나 건넸을 뿐인데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거든요 (중략) 이주여성의 일자리와 비자 정책, 이주 브로커, 한국의 유흥산업이 서로 얽혀 있다는 걸 시민들과 같이 확인한 시간이었어요.”

원주여성민우회는 영화와 캠페인, 교육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시민들과 만났습니다. 찾아가는 영화상영, 감독과의 대화, 시민이 만든 성평등 영상 챌린지, 평등지도 체험, 보드게임 교육 등의 활동을 진행하며 아이, 청소년, 가족 단위 참여자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성평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여민회는 작년에 이어 ‘농촌 페미니즘 프로젝트’를 이어갔습니다. 단계별(기본-심화 –확산) 교육을 운영하고, 기존에 제작한 농촌 젠더폭력 대응 매뉴얼도 현장에서 활용하며 보완했습니다. 특히 확산과정을 마친 활동가 한 명은 새로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타 지역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에 영문 기사(클릭)로 소개되며 해외에 알려졌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선 넘는 페미니즘’ 프로젝트로 성별 이분법이 만들어내는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시민들과 함께 탐구했습니다. 대학생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만나 각자의 사례를 나누며 혐오와 차별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대학 안의 다양한 모임과도 협력이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페미니즘 X 젠더 페스티벌〈우리 0과 1 사이에서 만나>로도 이어졌는데요.
18개 단체가 함께 만든 이 페스티벌 후기가 궁금하다면? (클릭)
지난 1년 동안 7개 단체는 그림책을 만들고, 교구를 개발했으며, 시민들과 영화를 보고, 젠더폭력에 대응하는 숏폼을 만들고,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농촌 여성활동가를 키우고, 대학과 지역을 연결했습니다.
활동의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말하고 폭력에 대응하며 예방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번 사업에서 시작된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조사와 캠페인은 사업이 끝난 뒤에도 각 지역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오는 9월, <2026-2027 젠더폭력 대응활동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합니다. 이번 사업에서 확인한 현장의 경험과 가능성이 더 많은 지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활동과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지원 바랍니다.
앞으로도 한국여성재단은 여성단체들이 서로 배우고 연결되며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중간지원조직으로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