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연대를 두텁게: 2024년 성평등사회조성사업 활동공유회
아직은 따뜻했던 11월, 2024년 성평등사회조성사업 활동공유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바쁜 일정들로 아쉬운 마음을 안고 온라인에서나마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했는데요.
한 해간 사업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누군가는 마음 속 상흔을 치유하고 다른 누군가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소감을 들어볼까요?
○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 반도 끝 여성노동자 불평등에 응답하는 <평등의전화>
– 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를 운영하며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피해자의 심리정서상담을 진행,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법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노동법을 알리기 위해 ‘노동법 한 줄 밑줄 쫙’ 시리즈를 게재하고 홍보하는 활동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 터널의 길이가 얼마만큼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왔는지도 모르고, 그저 그 속에 갇혀 가만히 있는 것으로 나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제 그 터널을 얼마만큼 지나왔는지, 얼마정도만 더 가면 끝이 있는지, 그 터널의 끝에는 환한 세상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다시 되돌아 갈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제 그 터널을 조금씩이라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걷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여성노동자A
○ 서울여성노동자회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밀착지원과 성평등 취업규칙 만들기
– 여성노동자들의 심리상담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차별 예방 및 해소를 위한 성평등한 취업규칙(안)을 개발, 직장 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지침을 함께 배포하는 사업입니다(다운로드). 사건충격척도검사(IES-R) 사전사후를 비교한 결과, 내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합니다.
나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괴로워했던 마음의 본질을 스스로 인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직접 말하고 들으면서 나를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고, 힘들고 어려웠던 마음들에 대한 이유를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노동자B
○ 한국여성의전화 / 우리, 연결된, 큰 걸음_여성폭력 대응 현장 활동가 전국 워크숍
– 올해 7월,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여성폭력 대응 현장 활동가들의 전국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작년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에 따라 공동행동을 하며 활동의 방향과 활동가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 기획되었다는데요. 17개 주최 단체 및 협의회, 423명의 참가자, 204개의 참가 단체 및 기관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피날레 퍼포먼스에서 릴레이 선언을 발표함으로써 가슴 뛰는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눈물이 울컥 날 만큼 감동적이었다. 각각의 조에서 다양한 문장이 나왔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이 느껴졌다.
-여성폭력 대응 현장 활동가
○ 춘천여성민우회 / n번방을 넘어서 – 성폭력 재판 방청 연대
– 춘천여성민우회는 디지털 성착취 재판 시민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형사소송절차, 성폭력 범죄의 유형과 형량, 최근 성폭력 재판의 기소율과 선고 양형 등을 배우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100건의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을 함께 방청하며 개선책을 모색했습니다(관련 내용 보기).
성폭력 재판에 대한 총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고 문제와 대안까지 다각도로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 활동가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고 많이 감사했습니다. 더불어 춘천여성민우회 활동의 중요성과 소중함도요. 방청연대를 만들어주신 연대자 D님께도 응원과 감사를 보냅니다.
-성폭력재판 포럼 참석자
○ 사람과평화 / ‘알성달성 (알아보는 성인권 달리보는 성인권)’-그림책을 활용한 장애인 성인권 교육
–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인지 능력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성인권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그림책’을 고안했습니다. 21개 학교, 25개의 학급, 141명의 장애인들과 수업을 하며, 작년보다 더욱 알찬 프로그램들로 학생들과 특수학급 선생님들이 벌써 내년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네요.
작년에 방문했던 학교를 재방문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작년에 다소 소극적인 학교여서 작년 강의와 강사를 기억 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교실에 들어가자 마자 학생들이 반가워 해주었고 작년에 공부했던 그림책 제목을 말하는 것을 보면서 이 수업이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고, 학습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인권 교육 상사
○ 반니 / 우리의 생존자랑 이야기: 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몸과 마음 치유 회복 프로젝트
– 친족성폭력 생존자가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신체활동, 표현예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생존을 자랑하며 연대를 다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생존자랑’에는 생존자와 함께 한다는 의미의 ‘생존자+랑’과 폭력으로부터 온전히 살아낸 나의 생존을 자랑한다는 의미의 ‘생존+자랑’이 담겨 있습니다.
스태프 겸 공연자 두 역할을 맡아 두 역할 모두 실수 없이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을 한 탓인지 제 공연에서 연습과 달리 작은 실수가 있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큰 실수 없이 잘 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배우가 되어 다 함께 영화 한 편을 만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참여자 분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협동하고, 같이 공연을 만들어나간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 공연은 저에게 잊지 못할 값진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해보자면 다음 공연 때는 더 많은 생존자분들이 참여하여 더 다채로운 공연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
○ 페이즈 / 교문을 뛰어넘은 여성들
– 스무 명 남짓의 학교밖 여성청소년과 인스타툰을 제작한 프로젝트입니다(@beyond_sch__l). 대전 지역의 여성인권 틔움 그냥공방과 협업하여 안전한 공간과 모임에 대한 감각을 형성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별히 작가일 작가님(@offthe_0931)을 강사로 모셔 학교밖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표현할 때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18살의 나를 보는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학교밖청소년을 결심한 것은 사실 ‘그냥’이었거든요. 불안과 방황에 힘들었지만 나름 멋진 어른으로 성장한 것 같아요. 그 덕은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었는데요. 작가님들도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좋아요! 작가님들 전시 잘 봤어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음을 기억하며, 모든 앞날을 응원합니다.
– 인스타툰 전시 방문객
○ 줌마네 / 청년여성의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집’쓰기 워크숍
– “집이 곧 부동산인 세상에서 어떻게 거처로서의 집을 상상하고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줌마네에서는 투기가 아닌 방식의 집을 상상하고, 구체적인 조건들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틈틈이 집학교: 나에게 맞는 집찾기>를 진행했습니다. ‘집’을 매개로 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세대와 계층, 정체성 등을 교류하며 서로의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기억에 남았던 건 ‘고유한 특성을 지닌 장소성(sense of place)은 애착과 안정감으로 생성된다.’는 말. 고치고, 바꾸고, 만들며 스스로 공간에 적극 개입하는 과정은 장소성을 높여주어 나에게 더 소중하게 기억된다고 한다. 내가 조립한 서랍이, 직접 칠한 벽면이 내 거처의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 지금 나의 집은 어떤 장소성을 지니고 있을까. 나는 장소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의 내 거처를 어떻게 돌보고 있나. 애착과 안정감이 제거된 집이라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 소유만이 과연 답일까. 사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성을 부여하는 건 지금, 여기서부터도 가능하지 않을까. 질문의 형태는 오히려 전보다 더 추상적이지만 방향은 제대로 향한 느낌. 나만의 거처 찾기가 진짜로 시작됐다.
-참여자 김선미(빅이슈코리아 8월호 게재)
○ 비비 사회적협동조합 / 여성의 주거권 확보와 여성주거공동체 건립을 위한 도전
– 비비 사회적협동조합은 비혼, 1인가구, 중장년과 노년 여성들의 삶이 존중되고 고립되지 않도록 돌봄의 가치를 기본으로 한 여성주거공동체를 목표로 2년째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공동체주택 부지를 임장하고, 운영에 필요한 자격사항을 준비하거나 전주・전북 지역의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해 자문체계를 구성하였습니다. 또 비혼여성 1인가구 주거 독립 및 주거 생활 사례, 서비스 지원체계 등을 책자로 정리하여 배포하였습니다. 여성공동체주택을 희망하는 수도권 모임이 비비B&B 안에서도 만나 협력을 모색하였습니다.
사회주택 공급운영자인 협동조합 함집의 일원으로서 사회주택에 입주한 청년 1인가구들이 함께 살아가고 서로 돌보고 성장하는 시민의식을 어떻게 느끼고 고양할까 많은 고민을 해왔던 시간이었다. 우리 조합의 문제만 고민하다가, 다른 사회적경제 조합들의 활동상도 늘 궁금해 왔던 차였는데 비비 사회적협동조합의 초청으로 이웃 사회적주택 운영자, 전문가들과의 만남의 장으로 마음도 열리고 우리가 함께 연대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비비 사회적협동조합에게 감사하고, 정기적으로 이런 네트워크가 상설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협동조합 함집 이민숙 이사
○ 비온뒤무지개재단 / 온 세상에 성평등 무지개: 찾아가는 퀴어 페미니즘 플랫폼
– 22대 총선을 둘러싼 정치 이슈를 페미니즘과 퀴어 정치의 관점에서 비평하고 분석하는 <페미니스트+퀴어 시사정치 토크쇼 권손징악: 2024 총선 특집>을 생방송으로 진행하여 유권자들의 관심을 독려했고, 케이팝 아이돌 문화를 한국 퀴어 페미니즘의 틀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콘텐츠 퀴어돌 영업왕(Project Queerdol)을 국내외에 홍보하여 이슈 파이팅을 시도하였습니다. (유투브 @Official_Qplanet)
한국에서 이런 영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영국의 케이팝 팬이고 성소수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논 바이너리 출연진의 생각이 이렇게 표현되고 고려되는 것을 보며 놀랐습니다. 90년대부터 일한 퀴어 활동가로서 저는 당신이 이 콘텐츠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을 보니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영국의 이모가 사랑을 보냅니다.
– <퀴어돌 영업왕 시즌 2> 해외 팬
○ 페미니즘연극제 운영위원회 / 제6회 페미니즘 연극제
– “세상을 바꾸는 우리에게, 힘차게 안녕!”
7월 17일부터 9월 1일까지 제6회 페미니즘 연극제가 개최되었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애써 바꿔놓은 세상을 되돌리려는 힘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무지개처럼 각자의 빛으로 우리의 존재를 빛내는 이들을 소개하려 한다’는 취지에 따른 6편의 연극을 올렸습니다. 또한, 페미니즘 희곡 읽기 모임, 페미니즘의 밤, 페미니즘 연극포럼을 진행하며 안전한 환경과 페미니스트 간의 연대를 도모하였습니다.
올해는 연극제의 공연에 한국여성재단의 유관단체 선생님들께서 관람을 와 주셨습니다. 연극제 사무국이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지원을 받는 다른 단체들의 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연극을 주로 보는 관객들, 예술인들이 아닌 다른 페미니스트들, 다른 여성 단체들과의 네트워킹이 부족한 부분이라고 항상 느껴왔고, 어떤 단체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한국여성재단에서 만들어주신 네트워크를 통해, 연극제가 예술계를 넘어 그 밖의 페미니스트들을 만나는 방법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페미니즘연극제 운영위원회 장지영 대표
○ 프로젝트 레디메이드 / 장기*기억
– 지난 3월초 신촌극장에서 프로젝트 레디메이드는 빈곤가정의 모녀서사를 비닐봉투를 소재로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관객들도 자신의 장기를 비닐로 형상화 하여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강보름 대표님은 비인간 주체들(비닐봉투로 만든 장기)이 주체성을 갖고 말을 거는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몸이나 세상에 대해 사유할 시공간을 제공한 것 같아 의미 있었다고 평을 남겨주셨습니다.
이 연극은 연출가님의 엄마와의 오랜 불화와 수치심 같이 내밀한 속마음과 상처를 보여준다. 이 사림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그걸 보는 일은 너무나 슬펐지만, 자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말하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성과 메시지가 있는 연극 작품으로 만들어 낸 한 사람을 보니 치유 받는 기분도 들었다.(…) 상처와 오랜 감정은 역사이기도 하기에, 영원히 없애버리는 것만이 극복이자 승리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예술로 만들 수 있는 담담함도 극복이다. 감정과 감각의 근원을 파보겠다는 결심도, 행동도 극복이다.
– 연극 관객
성평등사회조성사업에 참여한 단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주제와 형태들로 2024년을 꽉 채웠는데요.
그렇다보니 활동공유회도 하고 싶은 말들을 애써 참아야 할 만큼 시간이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 있게 선생님들을 만나뵙길 바라면서,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박미영 선생님의 말씀을 독자 분들께도 전합니다.
“한국여성재단 활동공유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여성운동 흐름과 변화의 일부를 보면서 시야와 관심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각자의 활동을, 삶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의 연대를 두텁게 하는 기회이고, 이런 기회를 계속 만들고 지원하고 있는 한국여성재단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