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춘천여성민우회]성폭력 재판 방청연대 포럼
지난 5일이었죠. 춘천여성민우회에서 한국여성재단의 ‘성평등사회조성사업’ 지원으로 <n번방을 넘어서-성폭력 재판방청연대’>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알록달록 예쁘게 든 단풍들을 보며 포럼에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되었네요🍁🍂.
춘천여성민우회는 2019년 N번방 사태 이후 디지털 성범죄 관련 재판방청연대를 꾸준히 해왔는데요. 춘천여성민우회의 활동은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올해의 보이스’로 선정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는데요(기사 보기). 강원 양성평등기금 지원이 끝나고 부족한 예산으로 막막하던 때에 한국여성재단의 성평등 기금으로 재판방청연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씀 주셔서, 뿌듯함과 동시에 여성단체의 든든한 뒷배로서 여성재단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춘천여성민우회 이경순 상임대표님의 진행으로 시작한 포럼은 김교신 사무국장님의 춘천지방법원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결과 보고로 이어졌는데요. 2024년 4월부터 약 6개월간 시민모니터링단원 11명이 100여건의 재판을 모니터링 해주셨습니다. 대체로 권고형보다 낮은 수위로 처벌을 받아 많은 아쉬움이 따르지만, 다년간의 재판 방청으로 시민들이 ‘어느 정도 사건을 보는 눈이 생기고 형량도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연이어 공동법률사무소 이채의 조윤희 변호사님께서 발표해주셨는데요. 형사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는 형사소송의 주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외되고(ex. 피고인은 재판기록 열람 가능하나 피해자의 재판기록 접근 제한), 성인지감수성 부족과 성차별적 통념에 따른 2차 피해(ex. 성폭력 피해 불인정, 피해자 진술 배척과 공격적인 피해자 증인신문 과정 등)를 겪습니다. 더욱이 산업화되고 있는 법률 시장에서 피고인과 성범죄 전담법인들은 여러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제도적 개선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도 필요한 상황인데요.
반성폭력 활동가 연대자D님은 지역별 인프라와 정보 격차를 좁히고, 시민들의 감시운동을 촉발시키기 위해 2017년에 ‘방청연대’를 말씀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2018년 춘천지방법원에서 여성 대상 폭력 및 살인사건 재판 모니터링을 하던 활동가들과 만났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사법시스템을 법조인의 영역에서 시민의 영역으로 넓히고자 노력했다고 전하시는데요. 피해자 권리 보호를 위한 시민들의 감시 활동으로 모니터링 재판은 절차 진행부터 세심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고, 현재 춘천지방법원에는 ‘재판 방청을 위해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협조를 구한다’는 글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여성재단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뿐만 아니라 대리인, 주변 지지자들이 2차 가해 등을 목도하며 겪는 무력감, 의례적으로 진행되는 재판 절차와 결과에 따른 허망함 등으로 소진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춘천여성민우회의 ‘재판방청연대’와 같은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또 우리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추후 정책이나 제도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 여성재단으로서 짊어질 수 있는 책임은 무엇일지 함께 생각해보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 연대자D님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사절차에서 겪는 어려움을 위해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와 함께 가이드북을 만들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수사절차 가이드북 피해자 노트>는 여기에서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