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이야기
100인기부 릴레이 1호 완주 이끔이
100인기부 릴레이 1호 완주 이끔이
안명옥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장
“누구나 무엇이나 언제나 쉽게 나눌 수 있다.”
한국여성재단의 2011년 100인 기부릴레이에서 1호로 릴레이를 완주한 주인공,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안명옥 이사장. 그는17대 국회의원이자 차의과학대학교 교수이며 그 외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사회의 리더였다. 안이사장을 만나러 남산을 오르는 길, 기자는 그와 같은 영향력 있는 리더는 어떤 기부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한껏 궁금해져 있었다.
안이사장이 여성재단 기부릴레이에 참여한 것은 벌써 3년 째. 직계가족뿐 아니라 주변 친인척들에게까지 수년 째 권하다 보니, 이제는 5월 1일이 되면 말하지 않아도 여성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부열차에 오르는 것이 정례화된 습관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특히 올해에는 하루 만에 릴레이를 완주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해보고 좋으면 가까운 이들에게 먼저 권하는 법. 안이사장이 이렇게 기부에 참여하고 가족친지들에게도 권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선 그의 신앙을 빼고 답할 수가 없다. 모태신앙으로 자라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주신 이유가 무엇일까? 거저받은 이 물질들을 어떻게 하라는 뜻일까?” 라는 질문을 품고 살았단다. 그 질문 가운데 90년대 미국에서 살던 어느 날 영신수련 중 성경에서 읽어온 ‘오병이어의 기적’의 장면이 이 눈 앞에 선명하게 펼쳐지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는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그의 삶은 나눔의 연구와 실천의 연속이었다. 하나님께 받은 학자로서의 역량과 재능을 십분 활용해 나눔에 대해 깊이 연구하였고 자신의 영문이니셜이자 스페인어로 사랑이라는 뜻인 AMO라는 단어에 학문을 뜻하는 ‘~ology’를 붙여 사랑학, 즉Amology를 연구하기도 했다. 17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총선공약에 나눔공동체운동을 싣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생명/사랑/꿈/행복 네 가지 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시종일관 ‘기부’라는 용어 대신 ‘나눔’이라는 겸손한 용어를 쓰며 “누구나 무엇이나 언제나 쉽게 나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대혈 공여, 헌혈, 장기기증 등의 생명나눔부터 꿈을 나누는 드림스타트 운동,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지식과 재능을 나누는 사랑나눔까지 그의 정의에 따르면 나눌 것 천지다. 심지어 그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작은 나눔의 실천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교과서에 나올 법한 좋은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었지 않은가? 아무리 나눔이 쉽다고 해도 그래도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지, 물질적으로 강팍하고 마음의 여유도 없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선뜻 나눔을 실천하기 어렵지 않은가? 거기다 기자처럼 종교적 신념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쉽지 않은 시작이다. 이런 까칠한 생각이 발동하여 기자는 고집스럽게 한번 더 물었다. “정말로 진실로 나누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안이사장이 이야기 한 꼭지를 들려주었다. 역시 십여 년 전 미국에서의 이야기다. 어느 늦은 밤 불쑥 나타나 배가 고프다며 돈을 달라고 하던 흑인 여성에게 지갑에서 빳빳한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어 건네었고 이를 받아 든 여성의 떨리던 두 손과 눈물이 고인 눈을 보는 순간 안이사장의 얼굴도 기쁨에 환해졌단다. 나누는 사람에겐 별 것 아닌 것이 받는 사람에겐 돈 이상의 그 무엇일 수 있음을 경험한 것이다. 그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강렬한 것이었고 나누는 것 만으로도 가장 큰 행복과 기쁨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누면 풍족하고 나누지 않으면 늘 부족하다.”라는 그의 이야기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선뜻 믿기 어렵다.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는 일이 없는 안이사장이 여성재단의 인터뷰 요청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흔쾌히 수락을 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다름아닌 나눔의 가치와 기쁨을 알리기 위해서. 기사를 읽고 한 명이라도 나눔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안이사장의 한 마디가 계속 맴돌았다.
한국여성재단 W.C 기자단 김지혜, 조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