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선물 같았던 2015년을 잊지 못할 꺼예요
선물 같았던 2015년을 잊지 못할 꺼예요
2015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 최종보고회
“아이쿠,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요?”
“그르게 잘 지냈어요? 얘들은? 어머 못 본 사이에 우리 현아가 많이 컸네!”
정다운 이웃을 만난 듯 행사장은 서로의 안무를 묻는 가족들의 목소리로 어느새 가득해 졌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늦가을의 주말,
2015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 참가가족들이 “최종보고회”로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7월에는 어색함과 긴장감 속에 선뜻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저 다가가 인사를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이야기합니다. 비단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행사장 문 앞을 한참이나 서성이며 가족들이 올 때마다 제일 먼저 달려 나가던 원이는 올여름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민준이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집이 멀어 그 뒤로는 못 봤지만 그래도 연락했어요. 오늘 다시 만나서 같이 놀기로 했어요”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을 통해 한-베 다문화가정의 부모님과 아이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이웃이,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몇 번을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가슴 벅차오르는 따뜻한 추억과 놀라운 변화들이 생겨났습니다.
한국여성재단 이혜경 이사장님은 ‘베트남에 다녀온 후 아이들이 외가가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엄마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사업이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인사 말씀을 전했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문적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홍용희 교수님은 ‘지난 여름 베트남에서 외가 가족과 함께 한 시간 즐거웠죠?‘라는 질문으로 축사의 문을 연 뒤 외가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을 상기시키며 본 사업의 영향력과 가족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사업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했습니다.
이혜경 이사장님의 인사말과 홍용의 교수님의 축사처럼, 더 이상 낯선 나라가 아닌 외가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는 베트남을 다녀온 후 아이들은 엄마에게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보고, 듣고, 체험했던 엄마의 나라가 점점 알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도 엄마나라를 자신 있게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툴지만 남편도 베트남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먼 타국에 와 익숙지 않은 언어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스리슬쩍 건내보았습니다….이 모든 변화가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에 참가한 가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족들의 웃는 모습이 한결 더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지난여름 베트남에서의 추억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하다보니 어느덧 최종보고회 1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2부 순서는 ‘부모팀’과 ‘자녀팀’으로 나뉘어 아빠나라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인사동 나들이에 아이들은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고 하하호호 신이 났습니다. 그래도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이 시작되면 어느덧 아이들 모두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 다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200년도 넘었다는 은행나무 앞에서 윤아가 짝꿍인 서연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감탄했습니다.
“이율곡 선생님이 모델은 돈은 얼마일까요?”
선생님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손이 번쩍 올라왔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다며 “오천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하늘이의 어깨가 으쓱였던 것 같은 건 착각일까요? ^^
마지막코스인 한지공예 시간에는 아이들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풀을 바르고 한지를 붙이며 정성을 다해 참여했습니다.
“이것보래요. 내가 만들었다요”
“내가 더 잘만들었다요. 나는 여기 핑크색, 보라색으로 해서 더 예쁘지요”
열심히 만든 연필꽂이를 카메라 앞에 자랑하며 서로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 사이 문화체험을 마친 부모님이 체험방에 도착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정한 서울의 정중앙 ‘서울중심표석’도 구경하고 3.1 독립선언 유적지 앞에서 다 함께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혼자서 연필꽂이도 만들었다며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어느새 아쉬운 작별의 시간.
기적 같고 선물 같았던 올 한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몇 번씩이나 감사인사를 전하는 부모님들 사이로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별인사 대신 이런 말을 전하며 뒤돌아섰습니다.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고 나도 좋았어요. 그래서 베트남이 더더 좋았어요”
“나중 나중에 훌륭한 사람 돼서 베트남 할머니, 할아버지 다시 만나러 갈꺼예요. 보고싶어요”
“선생님 오늘 있었던 일도 학교 가서 자랑할꺼예요. 베트남 다녀온 것도 얘들이 엄청 부러워했거든요”
올 여름을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행복하게 기억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미래의 주역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앞으로를 기대하며, 한국여성재단은 앞으로도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할 다문화가정의 자녀들과 함께하겠습니다.
2007년 <결혼이주여성과 가족들의 친정방문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2013년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으로 미래지향적 변화를 거듭해온 본 사업은 단순한 외가방문을 뛰어 넘어 가족 간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부모-자녀 간의 바람직한 상호 작용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우리사회 중요 구성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건강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