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보육서비스]산골아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보육사업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지원 ‘2012 보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보육사업’을 시작한지 중반을 넘고 있습니다. 광주여성노동자회, 충북 제천YWCA, 부산여성회, 경북 봉화군 춘양면 교육복지문화공동체 하모니,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향교육공동체가 한국여성재단의 파트너입니다. 사업중간보고를 하시면서 경북 봉화 하모니 대표를 맡고 계신 장수행선생님께서 감동적인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장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다음은 장수행선생님께서 보내오신 후기입니다.
사업 3개월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리모델링이 늦어져 발을 동동 굴렀던 시간들도 지나갔고 개관식에 누가 올까, 잘될까 걱정하던 시간도 모두 지나갔습니다. 서툰 일머리에 행여 잃어버릴까 보배단지처럼 끌어안고 다니던 영수증 뭉치들도 이젠 차곡차곡 정리되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고비가 넘어가고 있으니 다리를 뻗고 좀 쉬어도 좋겠습니다. 헌데, 중간 보고서를 마친 지금 이 시간에도 저는 다리를 뻗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벽닭은 우는데, 동창은 밝아오는데 말입니다. 별을 헤듯 헤아려 봅니다. 준이, 지현이, 미정이, 동식이, 혜수, 수경이, 지훈이, 민경이, 소희, 보배, 희수, 예담이………
오늘은 여름선생님에게서 보배가 7월에 엄마가 있는 남해로 갈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여러 갈래가 됩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던 엄마와 잘 지낼 수 있을까? 보배할머니는 얼마나 서운하실까. 또 우시겠구나. 앞집 성민이가 그랬듯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안 갔던 것보다 보배의 마음이 더 아플 텐데… 가서 안돌아온다면? 괜히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벌써 마음이 싸하니 섭섭해집니다.
또 다른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칼로 자해를 했던 자리에 붕대를 감고 복지회관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붕대를 만지작 거리던 혜미 얼굴에 삶에 지쳐 무표정해진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여전히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겨우겨우 동식이만 새봄에 보내는 동식 아빠와 만삭의 배를 하고서 임신 4개월이라고 우기던 동식이 엄마 얼굴도 떠오릅니다. 뜨거운 모성애를 볼모로 부부싸움만 했다 하면 애들을 큰 집으로 보내겠다 베트남에서 온 어린 부인에게 으름장을 놓던 비겁한 아빠와 그런 아빠의 모습에 완전히 얼음이 되어버리던 혜수의 모습도 보입니다. 개관식날 마지막까지 남아 선생님들에게 끝없이 애교를 부리던 소영이가 마지막 차가 출발하려 하자 예쁜 웃음을 지으며 “안녕히 가세요” 해놓곤 돌아서자마자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이 되던 기억은 방금 있었던 일처럼 선명합니다.
새봄에서 만난 천사 같은 아이들에겐 아픈 사연과 상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로부터 받았기에 더 깊고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이 새봄에서 만큼은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마을 전체가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이 자꾸 납니다. 왜 안 되는 거지? 그러면 왜 안 되는 거냐고? 되묻게 됩니다.
아! 이젠 아예 날이 밝았네요. 빗줄기가 창문을 적십니다. 석 달 전 신청서를 쓸 때 적었던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터전이 아이들에게 비옥한 토양이 되어주고 선생님들의 보살핌이 따스한 햇살이 되어 껍질을 뚫고 싹을 내미는 새싹처럼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올 수면 좋겠다.‘보육 사각지 대를 해소하는 보육사업’이 자라나는 새싹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뜻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번 보육사업은 아주 소중한 단비입니다.그 단비가 가뭄 든 대지를 충분히 적셔 땅 속 깊숙이 숨어있는 씨앗들도 싹을 틔울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단비가 되어주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한국여성재단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