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2012 성평등사회조성사업] 파트너단체 중간간담회
유재경(한국여성재단 제3기 기자단)
한국여성재단 행사가 있을 때면 갑자기 업무가 폭주한다. 없던 회의도 뚝딱 생기고 잠잠하던 일상에 돌발상황이 불쑥불쑥 출몰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갑자기 소집된 런치 미팅이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급한 마음에 슬며시 회의실을 빠져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마포로 향했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분임토의가 진행 중이었다. 전국팔도에서 모인 여성활동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열기로 회의실은 후끈후끈했다.
2012년 한국여성재단 파트너단체 중간간담회는 <성평등사회 조성사업>과 <미혼모 삶의 질 향상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파트너단체 활동가들을 초빙하여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개선 및 제언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조형 이사장의 말을 빌리면 이 두 가지 사업은 한국여성재단에게는 아주 특별한 사업이다. 재단이 생겨나고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지원한 사업이고 지금까지도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핵심사업을 지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두 사업은 재단의 고유한 목적 사업으로 기업의 후원금이 아닌 개인 후원금을 바탕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개인 기부자를 늘리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분임토의는 3개조로 나누어 이루어졌는데 나는 1분임에 속해 활동가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세계총회에 저개발국의 여성지도자들이 여성재단의 도움으로 참여해 꿈만 같던 시간을 보낸 이야기, 24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20>회의 참여기, 빈곤여성 자립강화를 위해 경주에 마련된 주민사랑방과 상설매장의 훈훈한 이야기, 마을 여성리더 양성을 위해 진행한 좌충우돌 교육사업 후기, 진주에서 진행된 야심만만 여성주의 학교 진행기, 그리고 개성만점 여성주의 문화운동 비전찾기 프로젝트 이야기까지. 여성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진행한 사업의 성과와 소감을 쏟아내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쇄도했다. 그녀들은 울고 웃으며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고심하고 의욕이 앞서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일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는 일은 달라도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열정과 신념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뜨거워졌다.
분임토의를 마친 후에는 종합토론이 이루어졌다. 1분임에 참여해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이 미쳐 보지 못한 <숲>의 모습을 열정적으로 일깨워준 최유진 연구위원이 몇 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첫째, 사업보고서에 계량된 결과뿐 아니라 ‘이야기(스토리)’를 담아달라. 그래야 생생한 이야기들이 기부자들에게 전달되고 모금액이 증대되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제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소구하는 방식으로의 변화해야 한다. 사업의 목표가 이슈 발굴인 경우에는 ‘내용(컨텐츠)’이 사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둘째, 교육 사업의 경우 교육의 횟수와 진행 결과가 아니라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려달라. Before와 After의 비교 스토리를 들려달라. 즉 파트너단체들의 상호 지원과 개인 모금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스토리와 컨텐츠를 발굴할 수 있는 결과 보고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자들의 상당수가 여성임에 반해 기부 대상은 여성이 아닌 아이나 노인에 치우쳐져 있다고 한다. 모성본능을 가진 여성들의 마음이 여성 자신보다는 소외된 아이와 외로운 노인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여성이 바로서야 아이도, 노인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뿌리가 튼튼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부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품어 본다. 아울러 어려운 상황에서 모아진 후원금으로 지원되는 <성평등사회 조성사업>과 <미혼모 삶의 질 향상 지원사업>인 만큼 더 많은 기부를 유발할 수 있는 현장에서의 생생한 스토리들이 기부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여성재단 파트너 단체 활동가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이야기들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