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시설개선사업] 바램,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된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흥분의 도가니였지요.”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청주여성의전화> 송규란 활동가는 그랬다.
“믿겨지지 않아요. 절박함이 통했던 것 같아요. 우린 절실했거든요.”
<함께하는주부모임> 박다연 간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설개선사업선정은 공모한 여성단체들이 학수고대했던 일이다. 요새, 공간을 개방할 테니 와서 이용하라는 말을 여기저기 자랑처럼 하고 다닌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을 벌일까, 궁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2014년 6월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에 8개 단체가 선정되었다. 하나같이 평등, 배려, 나눔의 가치를 일궈가는 여성단체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곳은 아쉽게도 대부분 오래되고 열악하다. 그래서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된 단체는 마음이 설렌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의 공간’이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꿈을 펼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ARITAUM in U’ 지원으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 |
‘ARITAUM in U’ 지원으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 |
바램, 신나게 놀며 자라는 공간
자체 공간이 없어 그 동안 카페, 마을공원, 거리에서 사업을 진행한 <마산여성회>. 한 회원이 피아노학원이었던 곳을 선뜩 내놓은 덕분에 공간이 생겼지만 작게 나눠져 있어 공간을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마침 시설개선사업에 선정되어 고민해결에 새롭게 변신까지. 마을 아이들에겐 도서관이자 아지트, 마을 주민에겐 사랑방, 활동하는 회원들에겐 새로운 기획을 궁리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 공간 이름을 ‘마녀와 깨비’라고 지었는데, 엄마는 강한 존재 마녀처럼 독립적인 존재로 부활하고, 아이들은 도깨비처럼 신나게 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회원들이 그 공간에서 마녀처럼 빗자루 타고 씽씽 날아다니며 어떤 일을 벌일까?
바램, 상처받은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새길공동체양지터>의 아이들은 화장실이 불편하다. 세면대가 없거나 있어도 낮아 바닥에 세면도구를 놓고 씻어야 한다. 거기다 파손된 타일과 곰팡이로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문이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거덕거리고 잠금장치가 고장 나 있어 가뜩이나 예민한 아이들이 더욱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양지터 김화정 대표는 화장실이 알록달록 예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면 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바램, 상처가 회복되는 공간에서 서로 나누는 공간
“뜻밖에 행운이었어요. 혹시 무르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 정도로 기뻤어요.” <인권희망강강술래> 김도희간사는 몇 번의 고배를 마시고도 또 공모, 결국 선정되어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PC방이었던 교육장은 담배자국과 진으로 지저분하다. 공간이름 ‘희망뜰’에 걸맞게 변신할 기회가 주어져 행복하다. “이 친구들은 지금 사는 환경도 열악하고, 과거환경도 열악했어요. 그래서 이제 새로운 삶을 위해 전환하는 기점에 있는 이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교육실은 자활을 위해 지역사회와 연계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공간이에요. 내가 일하는 공간이 깨끗하고 환해지면 새롭게 시작하는 이 일이 힘들지만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길 거예요. 그러면 일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죠.” 3월부터 하고 있는 성매매피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성장캠프’도 여기서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기대에 부풀어 있다.
변화된 공간에서 즐거워하는 어른과 아이들 |
쾌적해진 화장실에 만족해하는 여성들 |
바램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희망살림터’, ‘사랑방’, ‘꿈터’, ‘마루’ 라는 이름을 달고 각각 그에 맞는 공간이 하루빨리 생기길 고대하는 <안양YWCA>. 입소한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경주애가원>. 그리고 치유와 안정에 화장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쾌적하고 환하게 달라진 모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의 집>까지. 이번에 선정된 모든 단체를 보면서 취재차 방문한 <인권희망강강술래> 입구에 소박하게 걸려있는 선언문이 떠올랐다. ‘너와 내가 평등하게 만났습니다. 같지만 다른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소통합니다. 늘 깨어있기 위해 스스로 깨닫고 서서히 변화를 이루어 냅니다.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축하하며 함께 날아오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같은 바램으로 이 사회를 든든하게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그 곁에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가 함께하고 있다.
이효경(고곰세)
고곰세는 세상과 소통하는 글,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함께하는 Happy Bath, Happy Smile, ARITAUM in U 시설개선사업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여성생활, 이용시설 및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내 소통할 수 있는 여성 대안공간을 창출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