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공간문화개선사업_변화스토리] 늘 꿈꾸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듬는 안식처이자 지역 인권운동의 구심역할을 하는 곳, 정읍과 김제에 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 보호시설을 부설로 운영하는 곳, 한데를 마다하고 나가 사회적 약자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곳, 사랑과 용기, 그리고 강단이 흘러넘치는 이곳의 가장 큰 꿈이자 숙원사업은 바로 ‘이사’였다. 쉬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소개만 나열해 놓자면 할 일도 많고 품도 넓은 곳 같은데 숙원사업이 겨우 ‘이사’라니 말이다. 이곳은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 2018년 공간문화개선사업에 선정됐다. 앞서 언급한 센터의 소개가 허튼소리는 아니다.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물론 이를 위한 법,제도 개선운동, 성평등의식 확산운동, 상담 및 교육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고 약자를 대신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데도 주저함이 없어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의 단골장소로 쓰인다. 그런 센터를 가장 힘들게 했던 문제가 바로 공간이었다.
안전이 문제였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불안함 없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지 못했다. 유일한 출입구는 낡은 나무문.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힘으로 열 수 있는 문이었기에 늘 불안했다. 제대로 구획되지 않은 내부 공간이나 얼기설기 세워놓은 가벽, 오픈된 상담 공간, 어두운 조명은 그 다음 문제였다.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하는 곳이었기에 늘 불안했다.
“비영리 여성단체의 열악한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태였어요. 보기에 좋은 공간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무조건 안전, 첫째가 안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사가 꿈 아닌 꿈이었지요.”
– 권지현 센터장-
이렇다 할 지원창구가 없는 비영리 여성단체였기에 공간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10년 전 시에서 얼마의 지원금이 나왔지만 센터상황보다 더 열악한 피해자 보호시설을 개선하는데 모두 썼다.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다.
“여기만 오면 아프다고 하던 내담자가 있었어요. 불을 안 키고 있으면 무서울 정도로 어둡고 낡았었거든요. 그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마음이 아팠어요. 그렇다고 센터보다 더 낙후된 환경에서, 밤낮으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시설을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그쪽으로 지원금을 다 밀어줬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간문화개선사업은 정말 의미 있었죠.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젠더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 준 거라고 생각해요.”
-조미연 사무국장-
만약 공간문화개선사업이 예산지원사업이었다면 센터의 몫은 또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여기보다 더 힘든 곳, 더 필요한 곳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열악한 공간을 직접 개선해주는 사업이었기에 늘 마지막에 서 있었던 센터에도 변화의 기회가 생겼다.
“온갖 물건과 서류를 있는 대로 쌓아두고 살았는데 정리수납컨설팅을 통해 정리하니까 수납은 물론 공간효율도 높아지더라고요. 조명도 밝게 교체하고, 사무실과 교육장, 상담공간이 분리되니까 동선도 깔끔해졌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출입문 교체로 안전을 확보했다는 게 제일 기뻐요. 공간개선문화사업 덕분에 비로소 우리 센터 고유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아 든든해요.”
-권지현 센터장-
공간개선 이후 유관기관 방문의 날을 맞아 센터를 방문한 어느 판사는 확 바뀐 센터 출입문을 알아보지 못하고 잘못 찾아 온 줄 알고 헤맸다며 웃었다. 웃으며 전하는 단편의 에피소드지만 개선 전의 모습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되는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하고 힘없고 돈 없는 여성의 위치를 여성단체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사업은 그런 여성을 위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리모델링 기간 동안 여러 곳을 전전하다보니 공간이 있다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열악하게나마 우리 공간이 있다는 게 소중한 거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개선으로 이제는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니 너무 좋아요”
-권지현 센터장-
이사가 꿈이었던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사 갈 날만 기다리며 버티던 이 공간에서 이제는 오래 기꺼이 머물며 전에는 진행하지 못했던 연구 및 개발사업도 교수 및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할 예정이고, 나아가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리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할 생각이다. 늘 꿈꾸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의 에너지를 직접 만나보니 그 꿈같은 세상이 꼭 올 것만 같아 가슴 뛰게 기다려진다. 글 : 이소망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