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CCTV만으로 안전한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떤 곳일까?
아파트숲과 어두운 골목길, 곳곳의 CCTV가 생각난다면? 어느 누구도 나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어느새 입력되었나 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가 안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가 쉼이 있는 재미난 놀이터가 될까? 혼자만의 그 불안함을 마을사람들이 함께 해결하는 마을을 소개한다. 마을을 여행하며 지도를 만드는 아이들, 시끌시끌한 도서관, 밥도 먹고 함께 노는 풍경들. 뭔가 재미난 이야기들이 숨어있을 것 같은 궁금함이 생기는 동네. 우리 동네 어디까지 가봤니?
CCTV만으로 안전한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6월28일 여름날 주말오후, 대구 북구 함지공원에서 <마을은 하나다> 커뮤니티 꿈길마을(꿈따라길따라마을) 문화제가 열렸다. 아파트숲 한가운데 자리한 공원안에서 커뮤니티매핑, 종이부채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 친환경 장터가 열리고 다부초등학교 아이들의 난타, 경북대동아리 <일렉스>의 공연, 함께사는세상의 연극 <바람의 기억> 등 세대별 문화공연도 펼쳐졌다. 이번 축제는 <대구북구여성회>와 <대구북구시민연대>, <경북대 동아리연합회> 등 지역단체와 학교가 아주 모처럼 뜻을 모았다. 대구북구여성회의 장지은대표는“이렇게 동네사람들이 모이고 또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 많아지면 동네는 한결 정겹고 관심이 생기고‘남의 일’로 느껴졌던 일이‘나의 일’처럼 함께 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행사취지를 설명했다.
작년 2013년부터 대구북구여성회는 마을도서관에 안전안심센터를 마련했다. 아이들은 학교나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6시, 토요일도 오후 4시까지 부모님이 올 때까지 책도 읽고 오감놀이(음악, 전래놀이, 미술 요리 등)를 하며 놀았다. 무엇보다 동네가 안전안심하기 위한 강좌도 열고 아이들과 함께 놀 어른들의 재능나눔, 그리고 구체적인‘커뮤니티 매핑’을 준비했다.
이야기와 친근함이 더해진 마을지도‘커뮤니티 매핑’
마을이 안전 하려면 먼저 마을을 알아야 했다. 우리 마을이 안전한 곳, 안전하지 않은 곳을 구별해내고 지도에 표시해서 고쳐나가면서 마을과 지역주민이 서로 알아간다는 의미의 <지구마을, 착한여행> 프로젝트를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자원활동가들이 동네 곳곳을 여행하며 지도에 아이들이 안전을 위협받거나, 어르신들이 다니기 위험한 곳, 장애인분들은 불편한 개선이 필요한 곳, 이용 가능한 공개화장실 등을 표시했다.
장대표는 “우선 아파트와 주택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주택가에 사는 아이로 나눠져 있던 경계가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동네풍경은 뭔가 기발하고 이야기가 있었다. 동네에 있다고만 들었던 천연기념물도 직접 찾아가보고 신기해한다. 떡볶이 한 두 개 더 주는 친근한 가게도 지도에 표시해 다른 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했다. 지도에는 우리동네 공동체공간과 가장 오래된 추억과 향기가 담긴 장소도 표시되었다. 아이들은 함께 한 자원활동가와도 친근해져 길에서 만나면 이름대신 별명을 부르며 멀리서 달려온다. 아이들은 동네사람들이 친근하고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체득하기 시작했다.
유리조각이 많거나, 아이들이 넘어지기 쉬운 곳, 고쳐야 할 곳이 생기면 대구시 공무원 관계자와 간담회를 통해 해결해나간다. 대구 북구여성회가 아이들과 함께 만든 지도는 온라인상에 보여지는 안전/불안전의 표시뿐만 아니라 믿음을 주는 지표였다.
http://www.mapplerk.com/bgwoman |
우리 아이 돌봐줘서 고마워요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또래 엄마들끼리 밤마실도 한다. 밤에 이웃집에 놀러 가는 건데,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것. 일종의 품앗이 공동육아인 셈. 친밀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특히 자원활동하는 주민들은 즐거움과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고 하니 많은 이들에게 안전안심센터와 매핑의 효과가 전파되고 있다.
여성재단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진행하는 <아이가 안전하고 부모는 안심하는 우리동네>는 내가 사는 동네가 친근하고 즐거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서로 돌보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경기도 <구리여성회>와 주민들은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 마련을 위해 서명도 하고 공청회, 거리캠페인 등을 개최해 시청과 경찰서가 횡단보도 설치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 부산 연제구의 <부산여성회>와 엄마들은 방과 후 아이들이 와서 놀 수 있는 마을사랑방을 만들었다. 학교와 학원 이외에는 갈 곳이 없었던 아이들이 함께 놀고 밥도 먹고 공부도 도와주는 착한 언니와 형들을 만날 수 있다. 대전 <풀뿌리사람들>은 집에서 어린이도서관까지 안전하게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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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하면 사람들은 안전함을 느낄까?
오히려 감시의 눈을 피해 문을 걸어 잠글지도 모른다. 우리동네를 안내할 지도가 있고 가게마다 지켜봐 주는 어른들이 있다면 아이들은 해가 길어진 여름날 저녁에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동네에서 마당 삼아 뛰어 놀게 될 것이다. 열려있되, 관심이 함께 하는 것. 바로 안전하고 안심하는 동네의 진정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