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양육미혼모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사업]모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여성, 외면하는 가족과 사회
사랑은 영원한 것이고, 임신은 축복이며, 모성은 아름답고, 가족은 거친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준다고 했던가? 하지만 내가 만나는 여성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 아빠와는 10년을 교제했어요. 대학 때부터 만났고 함께 노동법도 공부하고 여성학도 공부했어요. 졸업하고 저는 생활이 어려워 취직을하고 그 친구는 시험 준비를 했어요. 미래를 함께 한다는 꿈을 가지고 우리의 교제도 계속되었지요. 어느 날 임신사실을 알았고, 상황이 어려우니 낙태를 하자해서 첫 아이는 그렇게 낙태를 했어요. 하지만 몇 년 후 다시 임신을 했고 전 다시는 낙태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남자친구는 내가 결정한 것이니 자신에겐 책임을 묻지 말라며 떠났어요.”
최선희(가명)씨는 결국 혼자가 되었다. 배는 불러왔고 미혼모라는 신분이 걸리긴 했지만 다니던 직장에서는 이미 결혼할 남자와 오래 사귀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낭만적인 생각이었다.
“출산 달이 다가오자 어느 날 저를 제외하고 무슨 긴급회의 같은 것이 열렸어요. 결혼도 안 했는데 출산휴가를 줘야 하냐 말아야 하냐가 안건이었어요. 안 그래도 회사도 어려워지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도 배가 불러오던 저를 뻔뻔스럽다고 쳐다보던 사람들 눈빛에 뒤꼭지가 뜨거워 심신이 지쳐 있던 차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거 같아 직장을 그만두었어요.”
어느 누구도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받을 수 없다고 우리나라 헌법과 노동법에는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미혼의 임신은 100%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가족과의 단절, 사회로부터의 고립. 이것은 본인의 학력과 경력과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최하층으로 추락함을 의미한다.
얼마 전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전화였다.
“저..미혼인데 임신을 했어요. 낙태 단속을 한다고 해서… 그런데 제가 아이를 낳으면 지원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30살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대답은 출산 시까지 병원비 지원 30만원, 양육비 지원 5만원뿐이다. 미혼모시설에 들어가면 많은 혜택이 있다고 했지만, 아이를 낳는다면 지역에서 낳아 기르고 싶다고 했다. 행여 소유재산이 없고 소득이 89만 원 이하면 최대 70여만 원의 생계비 지원을 받는 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실망한 듯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정부는 낙태를 예방하고 생명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미혼모지원예산도 121억 원이나 마련했다. 하지만 18세에서 24세까지 최저생계비 150%까지만 한 달에 12만 4천 원 정도가 지원된다.
십대 미혼모가 거의 추정 미혼모 수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20대 후반과 30대 이다. 연령대는 다르지만 미혼모가 되는 순간 단절, 낙인, 생활고라고 하는 삼대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동일하다. 24시간 양육자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를 키우고 있어 경제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실정 역시 10대나 30대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정부는 겨우 일부 미혼모에게만 죽지 않을 만큼의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성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하는 것은 여성이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가족과 사회이다. 그리고 어려움을 격고 있는 여성들이 낙태나 입양을 선택하면 다시 비정한 모성이란 비난의 화살을 보낸다. ‘악마’와 ‘깊은 바다’ 사이에 놓여있는 여성들. 이들에 대한 낙인을 거두고 필요한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의 모성이 건강하게 실천될 수 있도록 이제 사회는 바뀔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저출산의 문제를 떠나 자신이 낳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기에 말이다.
권희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