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짧은 여행, 긴 호흡]직접 만나보니 더 좋은 당신!
월급날 다음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휴가!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86명을 대상으로 '올 여름휴가에서 가장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하였는데 응답자의 반 이상이 정신적,신체적 휴식을 꼽았다고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몸과 마음의 휴식을 갖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면 급여수준이 열악한 공익단체 활동가들에게는 시간 못지않게 비용도 중요한 조건입니다.
한국여성재단은 2003년부터 사회변화를 위해 힘쓰는 여성공익단체 활동가들의 쉼과 재충전을 위한 짧은여행, 긴 호흡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3개 여성공익단체의 쉼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필요 경비를 지원하였습니다. 비판과 평가, 대안 모색과 실천 등 사회문제 속에서 숨쉬던 활동가들이 모처럼 무거운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멋진 자연과 또 다른 배움이 있는 전국 구석구석으로 여행을 떠났답니다.
그러나 여행에서 실무를 맡는다면? 최근 실무역할을 맡아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행복중심 서울생협의 구명숙 상무이사를 만나 여행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워크숍이나 회의가 아니라, 놀러간다고?
행복중심생협은 참 먹을거리를 나누고,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하며 생태계 보호 속에서 좀 더 인간화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산물을 기반으로 바른 먹거리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데요. 저희의 활동은 바른 먹거리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것 뿐만아니라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하는 면도 있기에 유통과정의 이윤을 최소화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협 운영비를 절약하고 활동가의 급여가 적은 편입니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내려니 항상 일이 많아요. 교육받고 싶어도 일이 그대로 남아있으니 일을 먼저 하게 되지요. 게다가 활동가 대부분이 양육을 병행하는 여성활동가들이에요. 일과 양육을 함께 하니 얼마나 지치겠어요.
우리에게 활력이 필요하단 생각이 절실했죠. 여성재단에서 휴식을 지원한다고 하길래 해볼까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동안 워크숍이나 회의 등으로 어디를 가본 적은 있어도 우리끼리 놀러 간 적은 없었던 거예요.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쉬자고 하는 여행에 실무를 누구에게 맡길까.
실무는 제가 맡아서 했어요. 여성재단에 제안서 내고, 여행계획 짜고, 사람들 모으는 작업 등등이요. 워크샵이나 MT를 하면 꼭 누군가는 실무를 하잖아요. 이번 여행은 쉬자고 하는 건데,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쉬고, 그러면 동료들과 함께 하는 진정한 휴식은 아니죠. 하지만 실무를 해야 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 제가 하게 된 거에요.
속초 바다에 발 담그고 곰배령의 숲 속 거닐기
처음엔 곰배령만 가려고 했는데 동료들이 한적한 바다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속초를 경유해서 갈 수 있길래 속초해수욕장과 속초시립박물관에 들렀다가 곰배령으로 이동했죠.
특별히 다른 프로그램은 넣지 않았어요. 아이디어를 나눌 때 동료들끼리 밤에 선물 나누기... 그런 거라도 할까 하다가, 괜히 서로에게 일이 되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했어요. 바다구경, 산 구경, 늦은 밤 술 한 잔… 이런 게 우리 여행의 전부였죠.
여행은 정보에 인격을 부여한다!
소소한 것 같지만 이번 경험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서로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전화나 이메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여행 와서 직접 얼굴 보고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인트라넷에 올리는 글들을 예전에는 ‘정보’로만 봤는데, 이제는 ‘아, 그 동료가 올린 글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바다에서, 산에서 여행하는 동안, 서로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 나누지 못했던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눴어요.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정을 나눌 시간도 필요하니 남편에게 가끔은 혼자 어머니에게 다녀오라고 해라, 남동생 장가를 보내고 나니 아무리 잘해도 왠지 올케가 얄미워 시어머니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등 이런 이야기들이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를 우리이게 해주는 이야기...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탈출하는 즐거움
오래 일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대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그렇더라고요. 운동조직이니 의미 있는 일, 성과내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죠. 그런데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해보니 '그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듣고나니, 여성활동가들에게 '짧은 여행'은 사람간의 발견이고, 유대이며, 서로 꿰어지고 엮이는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비워내고, 또 누군가는 채우면서, 짧지만 빛나는 그들만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이들은, 우리가 기대하듯 '긴 호흡'을 갖게 될까요. 그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그리고 함께,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사회변화를 꿈꾸고 실천해가기를 바랍니다.
※ ‘짧은 여행, 긴 호흡’은 교보생명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