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나를 돌보는 진짜 여행을 떠나요
오늘도 여성 활동가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폭력 피해자들의 어려움과 자립을 지원하고, 이주여성들의 고단한 삶의 고통을 나누고 소외된 이웃을 돌본다. 나눔을 실천하고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는 공동체를 꾸려 나간다.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는 물론이고 때로는 곱지 않은 시선을 겪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이지만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나 존중이 아직은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여성공익활동가들은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재단이 주최하고 교보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후원하는 <짧은 여행 긴 호흡> 프로그램은 활동가들에게 소중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지원한다. 2017년에도 다양한 분야와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참가한다. 인도네시아 자바로 떠나기 전, 여행준비 모임으로 6월 14일 한국여성재단 박영숙홀에서 <짧은 여행 긴 호흡> 기획사업 워크숍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여행지에서 실천하고 싶은 약속을 정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자바로 떠나는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6월 26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7월 1일 귀국할 때까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 인도네시아 더욱이 자바섬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 일정표를 훑어보던 활동가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4년 전에 이 사업을 통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때도 휴식과 휴양을 기대하고 떠났지만 여행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지더군요.”
2013년 필리핀 세부와 보홀 지역을 다녀온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이오임 소장은(화성 아시아다문화센터) 그 여행을 통해 새로운 기운을 얻었다. 최근 스트레스 탈모가 진행될 정도로 일이 힘들다는 이 소장은 지난 여행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 여행도 4년 전 여행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일상을 떠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뭔가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은숙 팀장이(경기 목양의 집) 주부와 활동가의 일상을 내려놓고 즐기는 것이 ‘쉼‘이라고 정의하자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으로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던 활동가들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났다.
업무걱정은 No, 핸드폰은 사진기이다!
워크숍 진행 중에도 많은 활동가들은 수시로 핸드폰으로 업무연락을 하였다. 출장과 일 때문에 워크숍에 참석을 못한 활동가도 있었다.
“6일간의 업무공백이 부담스러워 신청하기 전에도 망설였고 발표 직전까지 망설였어요.”
강갑숙 사무처장의(부산흥사단) 말이다. 강 사무처장에게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5인 이하의 인원이 운영하는 소규모 단체에서 일하다보니 활동가들은 쉬는 것이 여의치 않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시설장님이 그동안 수고 많았으니 이번 기회에 쉬라고 말씀하셨어요.”
함께 일하는 시설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신청했다는 박현국 상담원(부산 평화여성의 집)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동료들의 추천과 응원을 받아 여행을 떠난다. 내친 김에 일 얘기는 절대 안하고 핸드폰은 그저 사진기로만 사용하겠다고 몇몇은 약속을 하기도 했다.
온전히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다
“늘 남을 챙기기만 하고 스스로를 챙기지 못해요. 이번에는 나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요.”
지나친 친절이 자신의 병이라는 이광실 사무총장(파주YWCA)은 스스로를 챙기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른 활동가들도 같은 생각이다. 늘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타인을 돌보는데 익숙한 활동가들은 정작 자신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여행에서 남의 돌봄을 받아보고 싶다는 참가자,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참가자, 본인의 수고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싶다는 참가자가 한 둘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피로도는 높다.
“만나는 활동가들 모두 표정이 밝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심신의 피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한번으로 피로를 완전히 씻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번 여행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박선영 과장(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은 여성들의 경우 가족여행도 온전한 휴식이 아닐 수도 있다며 이 여행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활동가들이 푹 쉬고 재미있게 즐기고 돌아와 다시 힘차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보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짧은 여행 긴 호흡>을 지원하는 이유이다. 이 여행은 열악한 환경에서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꿈꾸는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칭찬과 응원이기도 하다.
워크숍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라는 김지은 팀장(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의 말처럼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 23명의 활동가들은 6월26일 인도네시아로 떠난다.
글 ㅣ 송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