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짧은여행, 또 다른 비상’ 독일 여성운동 탐방 연수 후기 _2탄. 독일 성매매 합법화 현장에 다녀왔다-1
2018년 짧은여행 긴 호흡 ‘독일여성운동탐방연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번 독일여성운동탐방연수에서 가장 뜨거웠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성매매 합법화’ 이슈 였습니다. 독일은 2002년도부터 성매매를 합법화 한 국가입니다. 연수 기간 내내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가 의도한 성과를 가져왔는지, 한국의 반성매매 운동과 어떤 입장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등 수많은 질문과 논의들이 지속되었습니다. 2018년 짧은 여행 긴 호흡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20년 가까이 반성매매 운동을 해 온 활동가 입장에서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
독일 성매매 합법화 현장에 다녀왔다.
- 조진경 대표(십대여성인권센터)
이번 짧은여행 긴 호흡 ‘독일여성운동탐방연수’는 반성매매 활동가적 관점을 가지고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의 두 번째 방문이다. 2007년 나는 한국주재 독일 ‘프리드리히 에보트 재단’의 도움을 받아 8박9일간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논의할 수 있는 연수를 갔다올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의 사회적 결과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여성재단 <짧은 여행 긴 호흡>을 통해 다시 찾아왔다. 두 번의 독일 방문을 통해 직접 보고 논쟁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성매매 합법화에 대해 2007년과 2018년 그 10년 전후 내가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Part 1. 2007년, 독일 성매매 합법화 현장에 가다 2007년 방문 때에는 독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뿐 아니라 전쟁 발발국으로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과는 다르게 전 세계를 향해 사죄하고 아직까지 전범자들을 처벌하고 있는 인권 선진국이자 복지국가, 민주적이며 근면하고 합리적인 국민성을 가졌고, 통일세를 기꺼이 부담하면서 통일을 준비한 뛰어난 시민의식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독일이 성매매를 합법화했다는 점, 그것도 성매매 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합법화를 했다는 점은 한국의 반성매매 활동가의 자신감을 크게 떨어뜨리고도 남을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꼭 한번 독일에 방문하고 싶었다. 2007년 독일 방문 8박9일간, 합법화를 추진한 단체(히드라) 대표인 당사자 활동가부터 합법화 추진 후 5년 이후 이 법의 영향을 평가한 슈티글리 박사, 합법화를 추진한 사회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독일여성단체연합 대표, 통합서비스노조 담당자 또 합법화에 반대하는 여성주의자(엠마 잡지 편집자 엘리스), 동독과 체코의 국경지역에 위치한 성매매 여성 지원 단체(카로), 그리고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과 업주에 대한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다.
그때 만난 독일을 간단히 요약하면,
- 독일은 본래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었고, 성매매 업소들은 세금을 내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독일 민법에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로 성매매가 규정되어 있어, 민사소송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었다. 또한 30여 년 전 부터 독일의 성노동자들은 TV 등에 공개적으로 출연하여 대중들과 소통하며 성노동에 대해 옹호하고 다른 노동과 같은 행위임을 주장하여 이 주제에 대해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았다.
독일의 2002년 성매매법은 이러한 모순을 바로잡고, 차별과 낙인에 의해 음성화되어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태를 법적으로 합법적인 노동임을 분명하게 하여 노동조건, 세금 등을 부과, 관리하여 인권침해를 줄이고 성노동자들이 노후 연금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 성매매법 5년 영향평가 결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성노동자로 등록한 사람이 3명(1%)에 불과하고, 이는 성노동자들이 세금을 낸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과 성매매에 대한 낙인이 법제정 이후에도 강하다는 점에서 등록률이 저조하다고 평가되었다. 이에 슈티글리 박사는 세금은 법제정 이전에도 내고 있었으며, 노후연금혜택을 위해 내는 것이 좋다는 방향으로의 홍보 강화와 성매매에 대한 낙인을 없애기 위한 교육과 대중 홍보의 필요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나아가 세금부과의 문제가 당시 큰 정책적 과제이기도 했다. 도시와 농촌 지역, 인종과 국적의 차이에 따른 성매매 대금의 차이나 매일 매일 다른 수입을 토대로 일정한 세금부과가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 사민당과 기민당, 녹색당의 연정으로 통과시킨 진보이슈 중 하나였던 성매매법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으며, 이들은 성매매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으로 성매매의 본질은 착취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또한 EU(유럽연합)가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여 동유럽국가들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가난한 여성들이 독일에 합법적인 노동인 성매매를 목적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인신매매나 사기, 협박, 강요 등의 폭력이 발생하고 그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수립되지 않았었다.
- 이 법의 입법추진과정에 참여했던 독일여성연합대표는 성매매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고 앞으로도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니, 양지로 끌어내어 인권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살인이나 절도 역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합법화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나의 반론에 그녀는 그런 범죄들과 성매매는 다르다고 했다. 내가 다시 현장에서 성매매로 인한 피해자들을 많이 봤고, 성매매는 피해자 그 당사자 뿐 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였다고 했다.
결국 나는 일단 두 나라의 사회, 문화, 경제, 관습 등 여러 주변 정황까지 고려하지 않는 단순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과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문제와 논쟁이 일어났던 한국만큼 아니 그보다 더 독일 역시 성매매 문제로 시끄럽고 여전히 논쟁 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이 한국보다 선진국이고 여러 면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해도, 성매매를 합법화시킨 것이 옳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었다. 나는 정책의 일관성있는 집행을 통해 어떤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지났다. 2018년에 만난 독일은 성매매 합법화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성매매 합법화가 과연 성노동자들의 권리와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지 10년이 훨씬 지난 독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그것을 확인해 볼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