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2018 짧은 여행, 긴 호흡 최종보고회] ‘쉼 여행이 안겨준 또 다른 선물’
2004년도부터 시작되어 올해 15년째 진행되고 있는 <짧은 여행, 긴 호흡> 사업은 공익단체 여성활동가의 정체성과 비전을 재정립할 수 있는 휴(休)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8년에는 총 52개 단체의 94명의 여성활동가들이 본 사업을 통해 쉼·재충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선정 된 모든 팀의 여행이 마무리된 11월, 이번 짧은 여행의 기쁨과 성과를 공유하는 최종보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2018년 11월 14일(수) 합정 프리미엄라운지에서 열린 2018 <짧은 여행, 긴 호흡> 최종보고회에서는 선정된 팀이 다녀온 여행을 통해 여성활동가들의 일상에 일어난 변화와 여행의 결실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여성재단 손이선 사무총장, 후원사인 교보생명 김예주 대리, 기획사업(독일여성운동탐방연수)의 수퍼바이저로 참여한 정재훈 교수(서울여자대학교)가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짧은 여행, 긴 호흡> 공모사업의 15년 역사상 가장 먼 나라로 재충전 여행을 다녀온 창원여성의집 강미정 활동가의 생생한 소감입니다.
먼저 사업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여행지가 두바이·스페인에서 포르투칼·스페인으로 변경되면서 자부담이 지원금의 3배가 되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동료 활동가들이 모두 가겠다고 해서 난생처음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가기 전에 영향제도 맞고, 12시간 비행이라 수면제 처방도 받고, 커피포트부터 오만 준비를 다해서 짐 보따리가 두 트렁크였다. 참여자 중에는 폭력피해여성시설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활동가가 있었는데, 이번 여행이 한국여성재단에서 졸업여행을 보내준 것 같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담당자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시설에서 일을 하면서 최근 5년간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계속 고민했고, 피가 굳는 것 같은 느낌이 오면서 이러다가 ‘동맥경화’가 오겠구나 싶기도 했다. 일 하면서 가장 힘든 지점들은 가해자들로부터 받은 협박이었다. 가족까지 들먹이며 협박하고 상스러운 욕을 듣는 일상이 매번 이어지니, 이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힘들고 고민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이번 <짧은 여행, 긴 호흡> 덕분에 너무나 귀한 시간을 보내고 왔고, 앞으로 10년을 더 할 수 있는 힘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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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광주여성노동자회 이효선 활동가의 발표 및 소회에서는 남다른 이야기들 들려주어 최종보고회에서 가장 큰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습니다.
참여한 활동가들은 오랜 활동 경력을 가진 현장의 여성노동활동가들로 점차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지쳐가던 상황에서 <짧은 여행, 긴 호흡>을 신청하게 되었다. 여행 직전에는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 5명에게 집중해보자고 핸드폰을 정지하고 떠났고, 일정 중에서 하루 반나절은 아무 일정 없는 쉼으로만 채웠다. 소설책을 보다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느리고 게으른 하루를 보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활동을 돌이켜보면 쉼 없이 치열하게 달려오기만 해서 이번 쉼 여행은 선물 같았다. 경력 차이가 있는 활동가들끼리도 여행지에서 열린 대화를 나누며 조직의 비전을 찾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으로 얻은 또 하나의 선물은 여행 이후 원하던 임신이 되어 현재 10주가 되었고, 기쁘고 감사하다. 앞으로 둘째 딸도 여성노동활동가로 키우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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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올해 처음 시도된 기획사업 독일여성운동탐방연수의 성과 발제를 정재훈 교수가 ‘한국과 독일 여성운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진행해주었고, 참여활동가중에 여성단체연합의 김수희 활동가가 연수에 참여한 개인적인 소회를 들려줬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은 한국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주요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투운동으로 시작한 2018년 올해는 더욱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격무가 이어졌고, 정신없던 상반기가 끝나갈 무렵인 6월은 심신의 피로가 극에 달할 때였습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도착한 독일의 서쪽 끝은 미세먼지 없는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여성에 대한 통제와 억압, 여성인권 증진을 위한 과제는 독일에도, 한국에도 산적해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 문제들은 전 지구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특히 성매매합법화에 대한 독일 사회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독일 사회의 ‘자발적 성매매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이들에 대한 보호 관념은 확고해 보여 성매매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절감했습니다. 성매매 합법화로 인해 늘어나는 인신매매와 약소국 여성들의 성적 착취 문제에 독일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할지는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연수는 제 개인적으로 ‘알찬 쉼’이기도 했습니다. 피곤에 절어 일요일에 종일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그런 ‘허한 쉼’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에서의 일정이 꽤나 빡빡했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여유’라는 것이 스며들었고 생각의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독일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알찬 쉼 속에서 함께 했던 활동가들, 현장에서 함께 뛰고 다른 활동가들과 나누며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다시 질문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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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여성활동가들이 모여 다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며 2018년 <짧은 여행, 긴 호흡> 최종보고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올 한해는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어느 해보다 여성활동가들에게 많은 역할이 요구되었고, 뜨겁고 벅찬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했던 여성홛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차별·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 우리 여성활동가들의 여정은 멈출 수 없습니다. 바꾸고 나아가기 위해서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 쉬고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필요합니다. 한국여성재단은 여성활동가들이 소진되지 않고 공익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