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모든 세대에게 건강한 삶을 허하라
딸들에게 희망을 소식지 2014.6호
모든 세대에게 건강한 삶을 허하라
가족과 배우자 부양으로 건강을 외면해왔던 여성들, 다양한 세대 여성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재단 사업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삶에 용기를 낸 여성들을 소개한다.
배우자를 간병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지치지않는 가족사랑 프로젝트>를 진행한 중랑구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의 우일심 사회복지사. 그는 지난 8월부터 2~3주에 한 번씩 <황혼공감> 자조모임을 통해 말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 처지를 알아주니 너무 고맙지 고마워 -황혼공감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의 이야기-
올해 일흔넷이야. 집에 있는 양반은 일흔 일곱이구. 다리가 많이 아파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관두었어. 주무르니까 또 나은 것도 같아서. 화장한 거? 남한테 표시 안내려구. 혼자 울다가도 아들이나 손자들 오면 걱정할까봐. 아들이 곱게 늙어줘서 고맙다고 하거든.
모임은 8월부터 다녔는데 매주 모이지는 못하고. 우리 양반은 혼자 누워있거나 식사도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니까 나는 그나마 나오는 게 편한데.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는 꼼짝 못하고 아예 누워만 있는 사람도 있어. 나오면 마음도 한결 가볍고 간병에 대한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아무래도 말을 꺼내기가 편하지. 남 앞에서는 차마 못하는 얘기들이니까. 시설에 보내라 해도 꼭 자기가 간병하겠다고. 그런 마음은 다들 비슷해.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봐야지, 그죠? 우리 양반은 약 먹은 지 3년 됐어. 아들이나 딸은 알아보는데, 손자들은 못 알아봐. 점점 더 심해지겠지. 우리 양반은 그렇게 화를 잘 내. 욕도 잘하고.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환자니까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순간 같이 욕을 할 때가 있어. 지나고 나면 후회도 되고 미안하지만. 복지관에 나오면 전문가 선생님이 웃음치료도 해주고 음악도 틀어주고. 식사도 간식도 챙겨주니 너무 좋아. 그래서 여기 오면 편안해요. 복지관에 와서 식권 나눠주는 봉사를 할 때도 내 얘기를 한 적 없는데 여기 복지사 선생님한테는 이렇게 얘기하게 되고. 자기가 겪은 것도 아닌데 이런 걸 만들어 주고. 얼마나 마음이 고마운지 몰라.
9월에 경복궁이랑, 인사동을 여기 있는 분들이랑 나들이 갔어. 젊었을 때 가보고는 처음이지. 이거 봐, 반지. 인사동가서 직접 만들었어. 손이 거칠고 마디가 굵지? 우리 양반이 80년대 초에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그때부터 내가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했어. 요리했어요, 출장요리. 지금은 애들이 조금씩 생활비 주는 걸로 살고 있지만 예순 여섯, 일곱까지 일했어. 하루종일 서서 요리하고, 차도 없어서 손에 가득 들고 택시를 타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밤 열한시 열두시까지 일했어. 우리 양반이 아프기 전에는 집에 친구들을 불러서 잔치국수 같은 걸 대접하곤 했는데. 이제는 초대를 안하니까 섭섭하다하지.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하고는 얘기하기가 힘들어. 아무리 친해도 치매환자가 있다는 걸 얘기하는 건 너무 어렵더라고. 이해를 잘 못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할아버지가 아프니까 나만 힘든 것도 아니야. 우리 애들도 힘들어하잖아 그게 신경이 자꾸 쓰여. 아직은 괜찮지만 나중에 대소변을 못 가리고 그렇게 되면 많이 힘들어지겠지. 약 먹어도 병은 계속 진행이 되니까.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 생각하면 걱정이 돼. 자식들을 힘들게 하는 건 생각만 해도 싫어. 소원? 소원이 있다면 우리 양반이 이 상태로만 계속 살면 좋겠어. 더 나빠지지 않고. 지금 감사해.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이라도 만나서 이런 얘기라도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어.
<지치지않는 가족사랑 프로젝트>는 장기간 배우자를 돌보고 있는 어르신들의 재충전을 위해 자조모임과 여행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시그나사회공헌재단이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