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삼달다방과 함께 만드는 제주여행 – 이토록 멋진 휴식!
올해 활동가들을 위한 쉼 지원은 <삼달다방과 함께 만드는 제주여행> 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생태, 인권, 문화 등을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의 제주 속살을 느껴보는 3박4일 기획연수 프로그램인데요. 지난 9월에 다녀오신 활동가 지명희 님(대구여성광장 대표)의 후기를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이토록 멋진 휴식!
누구나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잘 쉬는 걸 원할 것이다. 그런데 잘 쉰다는 건 어떤 걸까? 휴일에 집에서 빈둥대며 TV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면 잘 쉬었다고 할 수 있을까? 쉼, 재충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올해 초 ‘이렇게 멋진 휴식’이란 책을 읽었다. 아주 근사한 곳에 여행을 다녀온 후기일까 상상하면서... 책을 읽자마자 나의 상상은 깨지고 말았지만.
삼달여행의 후기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쉼 여행, 혹은 힐링 여행이라 하면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경치 좋은 곳에서 느긋하게 쉬다오는걸 상상할 텐데 이번 제주 삼달다방에서의 3박4일은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도 하기 전 산책을 나서는 일정을 시작으로 잠들 때까지 정말 다양한 곳을 다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이번 여행을 ‘이토록 멋진 휴식’이라고 이름붙이고 싶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휴식이란 ‘그저 일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좋은 에너지로 채우는 의식적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몰입과 집중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면 이번 삼달다방에서의 휴식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멋진 휴식이었다.
삼달다방의 주인장 무심은 이름과 달리 아주 세심하게 제주도 곳곳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우리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에 감탄하며 도시에서의 업무와 스트레스를 잊고 자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진치유자 바람소리는 매일 저녁 사진이야기로 세상과 사람을 보는 따스한 시선을 알려주셨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여성장애운동의 시조새인 대선배 오케이는 너른 품으로 후배 활동가들의 고민에 귀 기울여 주셨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꿀팁 ‘다정하고 단호하게’를 우리 모두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자유롭게 보낸 시간은 없었으나 어느 한순간 몰입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고, 그 몰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즐거움과 평화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 정성스런 식탁이 어떻게 환대의 마음이 되어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사흘 내내 보여준 <콜리의 식탁> 감사하고 감사하다. 부끄럽지만 마지막 식사 때엔 콜리 옆에서 조금 울었다.
내가 참가한 9월 여행팀은 여러 지역에서 모인 7명 소수여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관계의 밀도가 높았는데 사실 낯선 이들과 숙박을 함께 하며 지내는 시간은 어쩔 수 없이 긴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첫날 제주공항 주차장에서의 첫 만남 때, 비행기의 연착으로 지각을 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걱정하며 달려갔던가. 그런데 반나절 만에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다정한 이들이라니. 나를 놀라게 한건 그들의 다정함과 배려만이 아니었다.
좀처럼 내놓기 힘든 내밀한 감정들을 스스럼없이 내놓고 그 감정을 다시 성찰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는 모습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원래 그런 이들이었는지, 삼달에서의 시공간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를 일... 이번 여행은 일정이든 사람이든 내속에 뭔가를 꽉꽉 채우고 돌아온 기분이다.
처음 지원신청서를 쓸 때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주유 만땅하고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란 표현을 썼는데 그 기대에 아주 충실히 부합하고 온 나의 쉼 여행. 앞으로 한참 동안은 씩씩하게, 즐겁게 나아갈 자신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