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이야기
둔필승총(鈍筆勝聰)을 기약하며: 2023년 디지털아카이브구축사업 활동공유회
어느덧 12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지난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해를 다짐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를 꺼내 곰곰이 생각해보곤 합니다.
당장 일주일 전 내가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했는지, 상대는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뚜렷이 기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어렴풋한 잔상은 떠올라도 매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초능력이 없다는 게 애석하네요(농담).
많은 단체들의 회고(回顧)도 비슷할 겁니다.
매년 후원의 밤과 각종 행사를 치르고 남은 책자들을 사무실 캐비닛과 창고 어딘가에 두고 난 뒤
누군가 찾지 않으면 먼지가 수북이 쌓여 버리죠.
지금 여기 네 군데 단체들은 창고와 캐비닛을 정리해 외부에 공개하는 용감한(?)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지난 12월 7일에 모여 서로의 용기에 박수와 격려를 나눴는데요.
모두 박수 칠 준비 되셨나요?
한국여성재단에서는 올 한 해 여성공익단체들의 활동과 역사를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지 거듭 고민했습니다.
따분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요.
그래서 아카이브를 떠올렸습니다.
지난 <2023년 성평등사회조성사업> 활동공유회 때 문학평론가 최가은 선생님을 모시고,
디지털 환경에서 여성운동의 역사와 단체 활동을 알리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클릭).
최가은 선생님은 강의를 복기하시며 아카이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카이브란 역사적 혹은 장기 보존의 가치를 지닌 기록이나 문서들의 컬렉션’이자 ‘보관 장소’를 의미합니다.
홈페이지는 아카이브와 조금 다른데요.
즉각적인 정보들이 오가는 홈페이지는 예전부터 단체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봐왔던 분들에겐 익숙하지만,
단체를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겐 모든 게 낯설거든요.
마치 망망대해에 227일간 떠다녔던 파이처럼요.
그래서 네 군데 여성공익단체들과 함께 아카이브를 배우고 컨설팅 받으며,
단체 정체성을 잘 보여줄 아카이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단체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소개해줄 길잡이인 셈이지요.
또하나의문화 아카이브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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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공동체 아카이브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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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여성인권센터 아카이브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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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YWCA 아카이브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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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 컨텐츠는 단체에서 아직 검수 중인 점 참고 바랍니다.
각 단체의 특색만큼 아카이브 페이지도 제각기 달랐는데요.
연혁을 별도의 게시판으로 분리해 일자별로 기록하는 단체가 있는 반면,
타임라인에 따라 굵직한 사건들과 활동들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마저도 법인 창립부터 현재까지 시간 순으로 정렬하거나
집중하는 이슈와 키워드별로 기록들을 등록한 단체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효한 1995년판 성인지감수성 테스트처럼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최가은 선생님은 아카이브 페이지를 처음 보는 입장에서 지부로서의 정체성과 활동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법,
용어나 내용을 사업 대상에게 친숙하게 바꿔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 등을 피드백 해주셨는데요.
아카이브센터 정혜지 센터장님은 아카이브를 만들어가며 느꼈던 단체별 아카이브 특장점,
기록물과 아카이브 활용방법에 대한 단체의 고민들을 진중히 듣고 답해주셨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이런 말을 남기셨습니다.
둔 필 승 총 (鈍筆勝聰)
무딜 둔, 붓 필, 나을 승, 총명할 총.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
서툰 글이더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억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지나온 발자취를 회고하며, 앞으로를 기약하려면 나의 이야기를 잘 담아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히는데요.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에는 둔필승총(鈍筆勝聰)하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 본 사업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교보생명보험주식회사,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이 후원하며, 아카이브센터㈜가 협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