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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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NGO신문] “여성단체 지원으로 여성의 권익 향상과 성평등사회 실현에 기여”
[인터뷰] ‘대한민국 여성 NGO의 동반자’ 한국여성재단 장필화 이사장
여성단체 활동, 여성활동가 역량 강화, 소외·취약계층과 이주여성 지원
▲한국여성재단 장필화 이사장이 한국NGO신문과 대담을 진행했다.[사진=한국여성재단]
통계청의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전체 경제활동인구는 2936만 5000명이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면 남성의 경제활동인구는 1632만 2000명,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1304만 3000명이다. 비율로는 1:1에 근접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유리천장은 견고하다.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증가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환경은 열악한 것.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29위)를 기록했다. 남녀 소득격차도 31.1%로 최하위였다. 여성의 관리직과 이사 비율은 28위였다. 사실상 최하위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성별 임금 현황 공시 대상 ,647개 기업의 2023년 성별 임금 정보를 조사한 결과 남성 1인당 평균 임금은 9857만 원, 여성 1인당 평균 임금은 7259만 원이었다. 성별 임금 격차는 26.3%. 이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권익 향상과 성평등사회 실현이 현재진행형 과제라는 의미다.
이에 한국여성재단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여성재단은 기금 모금과 배분으로 전국의 여성공익단체(여성NGO)를 지원하며, 우리나라 여성의 권익 향상과 성평등사회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장필화 이사장은 “한국여성재단은 성평등사회 조성사업으로 수많은 여성단체와 활동가의 성평등 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한국사회에서 소외와 편견의 대명사 같았던 미혼 양육모와 결혼이주 여성의 자립과 사회적 포용을 견인했다”면서 “한국여성재단은 새로운 통합과 포용,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을 만나 한국여성재단의 설립배경과 역사, 대표사업과 주요성과, 우리나라 여성 인권의 현주소와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한국여성재단을 소개한다면.
“한국여성재단은 1999년 창립했다. 창립 이래 ‘딸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마음껏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왔다. 그동안 한국여성재단은 580억 원 이상의 기금을 모금, 약 6500개 단체에 2500개 이상의 사업을 지원했다.
사실 가부장 문화에서 여성운동을 지원한다는 것이 더욱 어려웠고 이중속박을 받았다. 이에 한국여성재단 창립이 우리나라 여성운동사에 금자탑을 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독립 민간공익재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성평등 비전과 전략, 민주적 다양성, 호혜와 돌봄의 가치를 실천으로 견인하라는 역사의 명령에 답할 것이다.”
-한국여성재단의 대표사업은.
“한국여성재단은 모금형 재단이다.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기금 모금과 배분에 집중한다. 직접 사업으로는 여성회의를 2년마다 개최하는 것이 유일하다. 여성회의에는 여성단체들이 참여, 하나의 주제로 토론하며 연대의 시간을 갖는다. 또한 한국여성재단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기금 모금과 배분은 어떻게 진행하나.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기금 모금과 배분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일반과 개인 모금액을 토대로 성평등사회 조성을 지원한다. 성차별제도와 문화의 변화로 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성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후원으로 여성과 활동가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여성활동가교육, 여성단체역량, 여성청년자립, 여성문화예술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짧은 여행 긴 호흡’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오랜 기간 여성활동가의 쉼과 역량 강화를 위한 여행을 지원했다. 또한 여성활동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한킴벌리와 20년 가까이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성공회대 석사학위과정 장학금을 18년째 지원하고 있다.
세 번째는 다양성존중과 돌봄사회지원을 목적으로 취약계층과 이주여성의 경제활동, 한부모와 미혼모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과 배분금액은 어떻게 결정되나.
“여성단체에서 공모에 지원하면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결정한다. 지원 대상 결정과 지원금 배분은 배분위원회가 담당한다. 배분위원회에는 여성단체, 여성학 전공자, 여성운동가, 사회복지 관계자, 타 재단 관계자, 대학 교수 등이 참여한다.”
-한국여성재단이 기금 모금과 배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금 모금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여성재단의 기금 모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기금 모금은 성평등 기금, W기금, SOS 기금, 여성건강지원 기금, 고사리손 기금, 기업 기부, 특별기념일 기부로 진행하고 있다.
성평등 기금은 한국여성재단의 대표 기금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폭력이 없는 성평등사회를 조성하고 여성을 비롯해 모든 사회적 약자가 자립, 민주적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평화와 상생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성평등 기금은 연중 모금하고 있으며, 매년 6월 집중모금 캠페인을 실시한다.
W기금은 모든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마음껏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국여성재단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W모금은 상시로 운영되고, 연말 창립기념 후원의 밤을 통해 집중 모금하고 있다.
SOS(Save Our Safety) 기금은 ‘여성과 아동이 안전하고 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모금한다. SOS 기금 기부 참여로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의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여성건강지원 기금은 임신과 출산·양육으로 경력단절을 겪고 생계와 돌봄을 모두 감당하고자 임시적·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하는 한부모 여성 가장, 의료 사각지대의 여성 공익활동가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즉 취약 여성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건강지원 기금을 모금한다.
고사리손 기금은 2009년 미래세대의 기부 참여 활성화를 위한 어른과의 기금 매칭 형태로 시작됐다. 할머니들이 손자들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고사리손 기금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동 청소년의 자립과 교육 사업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기업 기부는 후원금과 물품으로 구분, 진행한다. 특별기념일 기부는 아이 기념일(탄생·백일·첫돌), 생일, 결혼, 추모, 나만의 기념일(나만의 스타 데뷔 기념·취업 성공·내집 마련) 등으로 구분된다.”
-양육미혼모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여성재단은 지난 7월 17일 연대치대여동문회와 양육미혼모 지원사업을 위한 1억원 누적 기부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한국여성재단은 2018년부터 7년 동안 연대치대여동문회의 기부로 양육미혼모 지원사업 ‘With Mom Project’를 파트너 기관과 진행하고 있다. 지속적 사업으로 1:1 개별 맞춤형 교육과 자녀돌봄 지원을 이어가며 양육미혼모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 토대를 마련했다. 연대치대여동문회 회원들의 양육미혼모 지원 기부참여는 2017년에 시작,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7월 17일 이영순 연대치대여동문회 양육미혼모돕기 모임 회장(가운데 왼쪽)과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가운데 오른쪽) 등이 1억 원 누적 기부금 전달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여성재단]
-말씀을 들으니 여성단체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여성단체가 우리나라 여성의 권익 향상과 성평등사회를 실현하는 데 한국여성재단이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여성재단의 지원으로 제도적, 사회적 변화를 이뤄낸 사례가 있나.
“한국여성재단이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을 통해 여성정책의 방향을 만들거나 여성정책을 견인한 사례가 있다. 한국여성재단의 지원사업이 정부와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여성 혐오 분위기로 모금이 어려워지고 여성단체의 활동이 수축되다 보니 한국여성재단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으로서 우리나라 여성 운동과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길게 수천 년 동안의 가부장제를 생각하면 여성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낸 것이 우리나라 역사상 100년 남짓이다. 여성의 의미 있는 사회참여가 받아들여진 것이 100년 정도다. 여성운동 의제는 쓰레기 문제부터 통일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여성들의 의미 있는 활동을 소개하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화여대 학생회와 여성단체, 대학생단체가 회의 테이블에서 정신대 문제를 제기하라고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해당 기사가 데스크에서 잘렸고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보도한 적 있다. 그래서 김학순 할머니께서 등장하신 것이다.
통일의 경우 계속 만남을 이어가면 통일의 싹이 틀 수 있다. 이에 예전에 여성들이 끊임없이 노력해 일본의 사회당 의원들과 협의, 북한 사람들과 처음으로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1차 회의는 서울에서 했고, 2차 회의는 평양에서 했다. 그러나 통일부에서 작성하는 민간외교에 기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에서 누락된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DNA로 전달된다’는 말이 있다.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여성의 인권에 대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우리 의식에 가부장제 의식이 남아있다. 따라서 조금 더 기다리며 그 시간들 속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에 대한 의견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여성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처음 설립됐다. 위원은 민간위원 6명, 정부위원 6명이었는데 민간위원의 한 명으로 일했다. 정부위원 6명은 교육부, 복지부, 법무부 등 6개 정부 부처의 차관들이었다. 당시 전 정부 부처가 관심을 갖고 위원회에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했고, 모든 부처에 걸쳐있는 것이 여성 의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 우선순위 등이 있어 여성 의제는 항상 밀렸다. 위원회는 입법 권한도 없었다. 남녀차별금지법도 국회위원들을 설득, 겨우 만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결국 폐지됐다. ‘지켜야겠다’는 힘과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보다 20% 낮고 여성의 평균 임금도 (남성의) 7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힘을 모은다는 게 쉽지 않다. 여전히 남녀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가족부를 지켜내야 한다는 힘이 빠져 있는 듯하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언제나처럼 가장 미니부서다. 예산이 가장 적고 다른 부처에 압력을 가할 힘이 없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바뀌고 가족 관계가 바뀌어야 사회 발전이 탄탄해진다.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처’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말하자면 여성가족부가 다른 부처하고 똑같은 위치에 있기보다 부총리급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사장님의 개인 경력이 궁금한데.
“이화여대에서 아시아 최초로 여성학과를 설립했고 아시아 최초 여성학 전임교수로 이화여대에서 32년간 재직했다.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으로는 2020년 4월에 취임했다.”
-여성학은 어떤 학문인가.
“여성학 안에는 이중배치가 필요하다. 여성학에서는 기존 학문에서 여성이 존재하고 있는가, 역사에 여성이 기록되는가, 지배자 중심으로 편찬된 역사는 여성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역사에 나타나지 않는 하층 여성까지도 역사에 기록되기 시작한다면 역사책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 것인가와 같이 개별학문 분과에서 여성, 성별, 젠더 관점을 갖고 새롭게 보는 일을 역사뿐 아니라 인문, 철학, 사회과학 등에까지 포함시킨다.”
-여성학 안에 이중배치가 필요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의학이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현대 의학은 서양의학이 기본이다. 서양의학에서 질병 연구와 치료의 기본값은 70kg 백인 남성이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 그것이 무시된 의학은 여성에게 불리하다. 여성뿐 아니라 소아에서도 그렇다. 10kg 소아의 약처방은 70kg 성인 기준으로 7로 나눌 뿐이다. 그럴 경우 소아에게 전혀 맞지 않거나 독이 될 수도 있다. 예술, 체육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차단시키고 여성을 지운 경우도 많다.
영미 사회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여성의 관점을 넣어 새롭게 구성하는 것은 융합 관점에서 학문 변혁의 시작점이 된다. 남성의 시각·경험을 통해 진리라고 만들어진 것과 여성의 경험, 여성이 수용하는 성 역할(임신·출산·양육), 여성의 생활경제 경험으로 만들어진 시각·지혜는 차이가 크다. 이것이 공적인 목소리를 가지면, 여성의 경험과 지혜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과는 굉장히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즉 여성학 안에 이중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개별학문적으로도 여성의 시각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여성의 시각을 집중해 결합한 센터와 여성학과, 페미니즘 이론, 새로운 정책, 여성운동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시 마포구 한국여성재단 사옥 내부 모습[사진=정성민 기자]
-앞으로의 계획에서 특별히 구상하는 것이 있다면.
“현재 국가가 지원했던 많은 단체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조직을 가진 곳보다 지방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펀드의 도움으로 지방여성단체들을 조금 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올해로 한국여성재단이 창립 25주년이 됐다. 한국여성재단 창립 당시 선배들은 ‘국가로부터 재정적 독립성을 지킨다,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진영의 구분 없이 힘을 합쳐 일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한국여성재단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국가와 정치, 시장과 기업을 건강하게 견제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 본연의 밑돌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고 자율성, 공정성,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한국여성재단의 활동을 신뢰하고 함께해 우리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NGO신문(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5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