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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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영원한 활동가’ 박영숙 10주기 기념_’거룩한 바보들’이 움직이는 세상 이야기 4화
광주천 일부를 자연에게 돌려주니… 그 놀라운 결과
‘자연으로 돌려주는 구간’에 돌아온 생명체들… 환경운동과 여성주의의 의미
‘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어’했던 故 박영숙 선생은 1963년부터 2013년까지 약 50여 년간 여성 평화 환경 활동가로 살았다.
1960년대 기독교운동에서 80년대 여성인권, 90년대 환경운동으로, GO와 NGO의 경계를 넘어 여성운동과 평화운동, 환경운동과 국제운동, 재단 설립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과제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활동의 영역을 넓혀갔다. ‘살림’은 박영숙의 평생의 과업이 담긴 말로, 정치를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운동, 지구를 살리는 운동은 서로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여성조직을 만들었고, 정부조직에 목소리를 내었다. 박영숙은 현장에서 실천하는 여성활동가들의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2023년 故 박영숙 선생의 10주기를 맞이해 성평등과 생명, 평화, 살림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쳔했던 박영숙 선생의 삶과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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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간의 세계를 덮쳤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더 가난한 나라와 더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했던 시간이었다. 국가와 지역의 폐쇄는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모두가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일상의 자유는 사라졌고, 이동도 통제되었다. 누군가와 이별에도 마음껏 애도하지 못했고, 기쁨에도 손 맞잡지 못했다. 전염병은 무서웠다.
코로나19의 통제에 성공했다. 마스크를 벗었고 바다 건너 이동도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다시 제2의 코로나19가 닥쳐올 것이라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야생의 공간을 파괴한 인간에게 돌아온 자연의 역습이자 기후변화로 교란된 자연의 아우성이라고 코로나19의 원인을 과학자들이 말하고 있지만 오늘과 내일을 결정하는 정치권에서는 ‘더 잘 살기’ 위해 ‘더 부자가 되자고’ 개발 특별법을 만들고, 지역과 국가의 성장을 위한 개발의제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 영산강파크골프장개발반대 액션(2023년 4월). 영산강은 이미 너무도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빼았겼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의 서식지를 빼앗지마라. | |
ⓒ 한국여성단체연합 |
자연에 대한 억압은 여전히 폭력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전국의 국토 곳곳이 숲과 강에 개발의 깃발들이 꽂히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인 설악산에는 케이블카 설치에 빗장이 풀렸다.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조건부 동의를 받자 지리산을 비롯해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 멈춰둔 개발 계획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심지어 국립공원을 해제하면서까지 흑산 공항 건설을 추진하려 한다.
강도 마찬가지다. 호남지역의 극심한 가뭄을 정치화하며 전 정권의 보 해체 결정을 무력시키려 하고 있다. 보에 갇힌 물에 녹조만 가득해 이 물로 농사지은 쌀과 무, 배추 등의 농산물에는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되는 위험신호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강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
▲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마세요” 피켓팅(2023년 5월 17일) | |
ⓒ 한국여성단체연합 |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바다 역시 안전하지 못하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존권 위협은 명확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건 플라스틱이 발명되고 버려진 지 100년이 지나서다.
박영숙 선생님은 여성과 자연의 억압이 한 뿌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파하고 환경운동이란 여성을 해방시키고 모든 생명체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와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라 했다. 박영숙 선생님이 떠난 지 10년, 극심한 기후재앙은 일상이 되었고 코로나19까지 겪었지만 자연의 억압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설악산을 그대로’ 두라고, ‘강을 흐르게’하라고, ‘위험한 핵!’은 멈추라고 여전히 외치고 있다.
현 정권의 오늘은 어제에 머물러 있다. 오늘 우리가 함께 행동하고 해결해야 할 기후 의제들이 차고 넘치는데 기후악당국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기후파업으로 제대로 기후대책을 마련하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아스팔트 위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날들이 최근 더 증가했지만 한편으로 도심의 자연에서 만남을 늘리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만나는 초록 생명인 가로수가 잘 자라고 있는지 우리 동네 가로수를 조사하고, 아파트 숲, 학교 숲에 살고 있는 새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일상에서 함께 탐조도 다닌다. 여름과 겨울철에 광주를 찾는 새들을 조사할 때는 40여 명의 시민 과학자들이 함께 한다.
▲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거리 서명운동(2023년 5월 17일).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응원으로 활동가들은 힘을 얻는다. | |
ⓒ 한국여성단체연합 |
우리 생활공간 가까이에 많은 새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놀라워한다. 동네 숲과 하천에서 야생동물의 발자국과 똥을 보며 그 주인을 알려주면 탄성을 지른다. 야생을 만나는 경험에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시민의 경험들을 모아 사람과 인간이 도시에서 공존하며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이 방법 중 하나로 ‘자연으로 돌려주는 구간’을 광주천에 만들었다. 광주천 하류에 불과 300m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자전거 도로를 걷어내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수달과 삵의 놀이터이자 먹이터가 되었다. 덤불 사이는 각종 새들도 산다. ‘자연으로 돌려주는 구간’은 도시에서 억압되었던 자연을 ‘해방’시킨 작은 사례이다. 이 성공 사례를 시민들과 공유하면서 ‘자연으로 돌려주는 곳’을 곳곳에 만들 계획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3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