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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영원한 활동가’ 박영숙 10주기 기념_’거룩한 바보들’이 움직이는 세상 이야기 3화
살림이상이 뿌린 씨앗, 네팔에서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네팔 여성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변화한 여성들의 이야기
‘생을 마칠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어’했던 故 박영숙 선생은 1963년부터 2013년까지 약 50여 년간 여성 평화 환경 활동가로 살았다. 1960년대 기독교운동에서 80년대 여성인권, 90년대 환경운동으로, GO와 NGO의 경계를 넘어 여성운동과 평화운동, 환경운동과 국제운동, 재단 설립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과제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활동의 영역을 넓혀갔다. ‘살림’은 박영숙의 평생의 과업이 담긴 말로, 정치를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운동, 지구를 살리는 운동은 서로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여성조직을 만들었고, 정부조직에 목소리를 내었다. 박영숙은 현장에서 실천하는 여성활동가들의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2023년 故 박영숙 선생의 10주기를 맞이해 성평등과 생명, 평화, 살림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쳔했던 박영숙 선생의 삶과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기자말] |
네팔에서 만나 여성들 이야기
수니타 쿠마리 라마(Sunita Kumari Lama)는 2017년 AWBN(Asia Women Bridge Nepal)의 제과제빵 교육생이었다. 교육을 수료한 후 수니타는 디디베이커리(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이 네팔에서 현지 기관과 함께 만든 빵공장. 디디는 네팔어로 언니를 의미한다. 즉 디디베이커리는 ‘언니네 빵공장’이다)에서 ‘인턴’으로 처음 일을 했다. 그 후 다른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하던 중 그녀는 AWBN에서 ‘여성강사 교육’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니타는 ‘강사가 될 수 있다고? 교육을 받고 빵을 만들 줄 알게 되었지만, 강사? 남 앞에 서서 가르치는 걸 할 수 있을지 부끄럽고 두려웠지만 ‘도전’했고, 결국 교육과정 수료 후 그녀는 지금 AWBN의 베이커리 초급 강사가 되었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FAITH라는 네팔 여성 단체의 베이커리 강의 요청이 있을 때도 발 벗고 나섰다. 배우던 입장에서 가르치는 강사가 된 그녀. 조금씩 AWBN과의 활동 폭을 넓혀가던 수니타는 현재 단체의 대표가 되었다. 그렇게 수니타는 교육을 받던 대상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그렇게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조금씩 바꿔나갔다.
▲ 네팔 현지에서 베이커리 직업훈련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여성리더십워크숍 현장 | |
ⓒ 한국여성단체연합 |
네팔에서 만나 또 다른 여성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생겨 좋았다는 여성, 나의 기술이 생기고 소득이 발생하면서 삶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여성, 교육을 받고 베이커리 카페도 만들고 빵공장을 만들어 동료들을 취직시킨 여성, 시골에서 혼자 갓 올라와 막막하기만 하던 미래에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던 여성, 여성 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가족 없이 홀로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던 여성, 가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발언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여성 등 조금씩 조금씩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두런두런, 박영숙 살림이상의 씨앗을 기반으로
이렇게 여성들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아래 두런두런)은 2011년 만들어졌다. 고 박영숙 선생님이 2011년 방문했던 네팔,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과 한국 여성들과의 ‘정성스런’ 연대를 잇기 위해 박영숙 선생님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아 두런두런을 만들었다. 박영숙 선생님은 “여성이야말로 빈곤의 덫에 갇혀 있으면서 동시에 그 덫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두런두런 창업선언문 중에서)”라고 믿었다.
많은 역경을 극복해온 강인한 한국 여성과 지구촌 여성들과의 정성스런 첫 연대는 이런 믿음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두런두런은 2015년 첫 번째 박영숙 살림이상을 수상하였고 이 기금은 네팔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되었다. 두런두런은 이후 아시아 지역 여성들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통한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업들을 확대해 가고 있다.
두런두런이 생각하는 여성들의 경제적 역량강화는 단지 기술 습득을 통한 소득 증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겪는 빈곤이나 어려움이 개인의 잘못이나 불운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에 기인함을 인식하고, 여성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네팔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했거나 해오고 있다.
▲ 박영숙 선생님께서 2011년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네팔 여성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 |
ⓒ 한국여성단체연합 |
지속적인 아시아 여성들과의 ‘정성스런’ 연대를 위해
네팔에서 만난 여성들은 성평등 교육과 젠더리더십 워크숍에 참여해 다른 여성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지지해 주는 연대감이 생겼고 이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올해부터 두런두런은 한발 더 나아가 네팔에서 ‘여성과 노동’을 주제로 직업훈련 수료생들과 네팔 로컬 엔지오들과의 모임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드러내면서 자기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여성들과의 국경을 넘어서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우리 공동의 문제를 같이 풀어내고 피해자 혹은 가부장제 아래의 희생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 평등한 세상, 폭력 없는 세상, 지속가능한 평화로운 세상을 목표로 여성들과의 연대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28912&CMPT_CD=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