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 지원사업] 활동 story – 영화감독 이길보라
-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지원사업
활동 story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 지원사업
활동 story – 영화감독 이길보라
지역 여성활동의 새로운 영역과 이슈를 실험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풀뿌리 여성리더를 발굴 및 지원, 여성문화 콘텐츠의 다양화와 여성운동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여성문화예술인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 지원사업>이 2년차 진행중에 있습니다.
올해는 총 17명의 풀뿌리여성활동가/여성문화예술인 활동가분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한국여성재단 여성문화예술인 지원에 선정된 영화감독 ‘이길보라’님의 좋은 소식이 들려와 그녀를 만나보았습니다.
이길보라
청각장애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인 자질이라고 믿고,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
18살에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시아를 홀로 여행하며 겪은 이야기를 책 『길은 학교다』(2009)와 『로드스쿨러』(2009)로 펴냈다. 중편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2008)와 청각장애 부모의 반짝이는 세상을 딸이자 감독의 시선으로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2014)를 찍는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무공해 청정 남녀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는 젋은 남녀가 있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던 젋은 청년과 선생님이 되고 싶던 숙녀는 곧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청각장애를 가진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없었기에 청년은 목수로, 숙녀는 미싱사가 되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어 예쁜 딸과 건강한 아들을 얻게 된다.그들은 부모가 되었고, 그의 딸과 아들은 ‘들리는 세상’에서 너무 일찍 어른이 된다. 들리는 세상에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손으로도 말을 하는 두 꼬마가 자라게 된다.청각장애를 가진 엄마, 아빠였지만 그들은 건청인으로 태어났고, 다른 사람과 다르게 손말을 먼저 배우고 늦게 입말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어른들의 표현방식을 배우게 되고, 듣지 못하는 엄마, 아빠의 통역사가 되어 세상과 이른 소통을 하게 된다.그러던 어느 날, 고 1이 된 딸 보라는 갑작스러운 학교 자퇴와 함께 인도 여행을 선언하고 중학생 광희도 평범이라는 궤도를 벗어나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로 선택하게 된다.과연 이들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감독 ‘이길보라’가 전하는 영화 이야기 |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청각장애부모의 반짝이는 세상의 딸이자 감독의 시선으로 담아낸 사적다큐멘터리영화입니다. CODA(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 농인부모로부터 태어난 건청인 아이들을 부르는 말)로 태어나 음성언어가 아니라 손으로 말하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법을 먼저 배웠던 감독과 그의 동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장애’의 측면이 아니라 지구 위의 또 하나의 특별한 세상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13년 여름에 제작을 시작하여 2014년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피치&캐치부문에서 옥랑문화상과 관객인기상을 받으면 제작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제15회 장애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5년 4월 23일, 전국 약 20여개관에서 극장개봉을 하면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후..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제작하며 엄마, 아빠의 특별한 세상을 만났던 저는 할머니의 생애사를 인터뷰하게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살았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아리를 어떻게 낳았고 어떻게 키웠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속에는 할머니보다 자식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드러났지만 그건 결국 할머니의 이야기였습니다. 할머니는 “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라”라고 말하지만 할머니는 한국 전쟁을 몸으로 겪었고, 월남전에 참전한 남편을 기다리며 한국에서 가정을 지킨 여성이었습니다. “니 할아버지가 장애아를 두명이나 낳은 나랑 이혼하려고 이혼비를 벌러 월남에 갔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전쟁에 대해 물어보면 한사코 손을 내저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이야기는 할머니에게 듣는 것이 휠씬 더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베트남 전쟁의 3세대로서 이 이야기를 쫓으려 합니다. 또한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소수자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연대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라, 사전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캐내는 중입니다.
그 과정 중에 한국여성재단의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었고, 이것으로 올해 초 평화박물관과 사회적기업 ‘아맙’이 여는 베트남평화기행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생존자가 있었고, 한국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누구보다 멋진 아줌마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제가 그 곳에서 만난 것은 부끄러움과 수치였지만 동시에 또 하나의 용기이기도 했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여성리더 지원사업>이 저의 이런 다큐제작활동과 저의 작업의 씨앗이 되고 단추가 되었던 것처럼, 이 불안한 시대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작업자들에게 또 하나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변화를 꿈꾸고 만들어가는 여성리더를 지원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더 많은 변화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화이팅!
풀뿌리 여성활동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자 밑거름이 됩니다. 많은 풀뿌리 사업은 프로젝트 인건비가 없이 사업비만 지원되기 때문에 ‘활동가’ 를 키워내거나 지속적인 활동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한국여성재단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질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활동가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여성, 시민단체의 다양한 여성활동가들이 더 멋진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