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날개] 자기 삶의 기획자들, 축제기획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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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날개]
자기 삶의 기획자들, 축제기획에 도전!
여기, 문화기획자이자 생산자로 자라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그들입니다. ‘2014 희망날개’ 프로젝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나답게’ ‘우리 함께’ 자라나고 있는 그들의 활동과 성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4 희망날개 문화기획자과정 개강식장. “환영합니다.” 김용호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이 정갈한 레이스로 감싼 초를 밝혀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건넨다. 따뜻한 환대에 참가자들도 화답한다. “특별한 기회 마련해줘서 마음으로 고맙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다시 참가한 거 아주 기뻐요.” “많이 배워서 친구들에게 열심히 알려 주겠습니다.” 조금씩 다른 억양, 서툰 발음이지만 참가자들의 기대와 설렘만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2014 희망날개 문화기획자 양성교육 출발!
지난 6월 다문화 여성커뮤니티 지원 프로젝트 ‘2014 희망날개 문화기획자 양성교육’이 개강했다. “이주여성의 다양한 문화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희망날개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신나는 사업입니다. 내면의 당당함과 문화 역량으로 주변을 감동시켜 봅시다!” 한국여성재단 조형 이사장의 인사말에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과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하고 성공회대학교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2014 희망날개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다문화여성 커뮤니티 18곳의 리더들을 비롯해 추천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개강식에 이어 열린 2개의 강좌까지 빡빡한 일정에도 시종일관 열정을 다했다.
마주하고 바라보기
“작년에 저도 캐나다에서 살았어요. 이방인이었죠.” 이번 교육프로그램의 전체기획을 맡은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최혜자 교수는 자신의 이야기로 첫 강의를 시작한다. 이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낯섦과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이라며, 뭐가 뭔지 알 수 없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느라 쉽게 피곤해졌다고 한다. “그때 먼저 다가와 천천히 또박또박 말 거는 사람이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전 ‘다문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말을 천천히 해요. 물론 미소를 보태서요.”
최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한다. ‘3초 동안 자세히 보고, 본 것 그리기’. 강의실에 불이 꺼지고 대도시 풍경사진이 펼쳐진다. 꼼꼼히 보고 기억하려 애쓰지만 3초는 야속하게도 짧다. 본 것을 기억해 내 그림으로 그리기가 쉽지 않다. “뭘 그렸어요?” “빌딩 지붕이 세모였어요?” “바다네요.” “강이던데?”
한쪽에서 홍콩인 것 같다 하니 누군가 금세 두바이라고 응수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결판을 내보자라는 최 교수의 장난 어린 주문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다시 사진을 들여다본다. 밤 풍경인 줄 알았던 사진 속엔 해 질 무렵 노을이 아직 한창이다.
“똑같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다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요. 싸울 필요가 없어요.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면 됩니다. 그러면 자신만의 경험과 내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풍성해질 수 있어요. 보셨죠? 반짝이는 별도 그려 넣고 산책하는 가족도 그리고, 그림이 더 생생해지잖아요.”
우리들의 축제, 함께 기획하고 만든다
문화기획자 양성교육과정은 이처럼 각기 다른 우리가 마주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더해가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는 기회다. 지난 2013년 시작된 이 과정은 다문화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교류하고 문화기획 역량을 키우며 문화생산자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날 시작된 기초과정에서는 ‘다양성의 눈으로 세상읽기’, ‘내 안의 나 발견하기’, ‘관계 디자인하기’, ‘놀이 디자인하기’등의 강좌와 1박2일 워크숍으로 구성, 문화기획의 기본기를 익힐 예정이다. 기초과정을 수료한 참가자들은 가을에 열릴 다문화 여성들의 축제, ‘윙크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심화과정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특히 올해 신설된 심화과정에서는 축제기획에 관한 교육은 물론, 기획실무 워크숍을 통해 각 커뮤니티들의 무대를 결합하고 페스티벌 전체의 내용을 함께 구성해 나간다. 초대장과 포스터도 참가자들이 기획해서 만들 예정이다.
“무대뿐 아니라 축제기획에도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참가자의 열망이 이번 교육을 이끌어냈어요.” 심화과정에 대한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김기선 과장의 기대는 그래서 남다르다. 결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프로그램이 열리게 된 과정 자체가 그의 표현대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축제를 기획한다는 건 분명 굉장한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한두 달 교육만으로 모두가 문화기획자가 될 수 있을까? 우문에 최 교수가 답변을 건넨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세요. 세상 모든 일에는 기획이 필요해요.우리는 매일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어요. 스스로 이걸 기획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뿐이지요. 일상이 다 기획이에요.”
일상이 기획? 그렇다면 새벽 차를 타고 달려와 교육에 참여하고 열심히 묻고 서로 격려하는 참가자들은,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세상과 만나는 게 일상이 된 이 여성들은, 이미 자기 삶의 문화기획자들이다.
조미환 줌마네 인터뷰작가과정 발간[뜨거운 만남]에 필진으로 참여. 책읽기와 커뮤니티 모임을 위한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는 게 오랜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