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향으로 떠난 특별한 여행
- 베트남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
누구랑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가 생기는 여행,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닿는 여행. 이번에 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여행의 백미인 ‘집으로 가는 여행’에 동참했다.
<2013 다문화 아동 외갓집 방문 지원 사업>으로 전국에서 선정된 스물다섯가지 다른 얘기를 품은 가족이 조금 멀리 떨어진 외갓집으로 여행을 간다. 이 여행은 그분들을 맞이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날부터 시작되었다. 공항 인근 숙소에 모여 외갓집 가족들에게 전할 손자 손녀들이 직접 만든 가족사진액자, 셔츠와 이름표, 간식과 조식 등을 준비했다. 이 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잘 끝마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느낌 아니까). 준비를 마치고 잠시 숨 돌리기가 무섭게 가족들이 가득 짐들을 끌며 도착하기 시작했다. 사전모임을 한 터라 오래전 알던 친지들을 만난 듯 다시 만나 반가웠다.
이른 아침,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뵐 생각에 기분이 설렌 가족들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세계 최고 인천공항의 산뜻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베트남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드디어 하노이 입성. 하노이에서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마침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일정과 겹치면서 외갓집 방문 사업이 베트남 현지에서 조금 더 관심의 대상이 된 듯 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베트남 가족들의 제사나 결혼식 등 큰 행사에 이번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게 되자 모두들 내 일처럼 기뻐했다.
나도 팜티화, 강호성가족을 방문하면서 화목하게 잘 살고 계시는 가족들을 보니 기분도 좋고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움을 함께 나누었다. 유난히도 엄마를 따르던 어린 딸과 아내를 사랑하고 배려하던 아빠, 사위의 방문이 반가워서 모인 베트남의 친지들은 끊임없이 웃고 얘기를 했다. 유쾌하신 작은 아버지와 아버지, 자상하시고 조용하신 할아버지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연신 손녀딸을 챙기셨다.
통역이 있어야 할 정도로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정을 한가득 담은 미소와 행동만으로도 유쾌함이 진심으로 서로 통하는 신기한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이미 최고의 프로그램을 해낸 것이 아닐까 한다. 서로 말이 달라 통하지 않을 것 같고 답답하고 힘들 것이란 선입견이 이들 가족을 만나면서 사라졌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이렇게 잘 자라준다면 이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활동하는 것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면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된다고. 이번 기회를 통해 베트남 외가가족과의 만남으로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의 그리움도 달래고 자라는 어린 자녀들의 마음속에 큰 꿈을 담아내는 길을 열어주는 뜻 깊은 여행이 될 것이며 훗날 이들에게서 그 성공적인 결과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건강하게 모든 가족들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가슴에 품을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실현할 어린이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길. 화이팅!
홍정란(서울이주여성 디딤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