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끔이 이야기_가천대 이길여 총장의 꿈은 현재진행형

  • 100인기부릴레이캠페인

들어가며
100인 기부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는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은 한국여성재단의 오랜 기부자이고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1999년 한국여성재단 창립 당시 여성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가천모성보호기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길여 총장은 2016년 한국YWCA연합회가 선정한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성리더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이길여 총장의 활동과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가천대길병원은 올해 9월, 국내최초로 인공지능 의료시스템인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했다.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에 근거해 개별화된 치료옵션을 제공한다. 사진은 왓슨을 활용해 암 수술 환자에 대한 협진을 진행하는 장면.

왓슨 포 온콜로지, 인공지능 암 치료 도움 프로그램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2016년 12월) IBM사의 인공지능 암 치료 도움 프로그램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진료에 도입해 암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에는 ‘가천 브레인 밸리'(Gachon Brain Valley)를 구축해 뇌속의 실핏줄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정밀한 11.7 T(Tesla) MRI(자기공명영상)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가천대학교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선정된데 이어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핵심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원’을 설립했습니다. 가천대는 AI(인공지능) 기술개발 및 연구를 선도해 나가고, 길병원은 인공지능과 의료의 융합 분야를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의사라는 직업, 남성중심사회에서 전문직 여성이 살아가는 법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근처엔 병원도 없고, 의사도 없었습니다. 아파도 손 한번 못 써보고, 그냥 눈을 감는 분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래서 난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소녀에 불과 했지만, ‘반드시 사람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하여 외진데 낮은 데 사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사회가 남성중심사회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남여 대결 구도로 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뚜렷한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고나 대학시절, 그리고 미국 유학시절이나 병원을 개업한 이후에도 하루 4시간 이상 넘게 자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들어간 대학인데, 어떻게 이룬 유학인데, 나를 찾아온 환자들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르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몰입하면 됩니다. 한 가지 일을 잡으면 끝장을 볼 때까지 몰두하십시오. 그러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는 어머니의 격려, 그리고 바람개비 정신

바람개비 정신입니다.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불면 불수록 더욱 힘차게 돌아갑니다. 제가 지금의 결실을 거두기까지 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바로 털고 일어나 다시 앞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습니다. 실패란 넘어지는 게 아니라,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소중한 밑거름인 것입니다. 이런 도전정신과 열정은 모두 어머니로부터 온 것입니다. 어머니는 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당시 농촌에서 여자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거의 없을 정도로 힘든 게 아니었지만, 저를 전폭 지지해주셨고, 항상 “넓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거지들이 찾아오면 어머니는 바가지에 동냥을 주지 않고 꼭 개다리소반에 밥과 반찬, 국까지 챙겨 귀한 손님 대접하듯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그 밥상을 나르도록 시키시며 “사람은 다 똑같다. 거지라도 내 집에 찾아온 사람을 홀대하는 법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듯 제 어머니는 도전정신과 열정, 그리고 평등 정신과 나눔의 실천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1960년대, 이길여 회장은 무의촌을 돌아다니며 마을 아낙네들을 모아 여성질환에 대한 강의를 자주 했다. 사진은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고 있는 이길여 회장

2016년 한국YWCA연합회가 선정한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한국 YWCA는 1922년 창립된 이래, 이 땅 여성들의 인권향상과 지도력 개발을 위해 부단하게 힘써왔습니다. 미약하나마 사랑과 봉사를 바탕으로 추구해온 저의 의료와 교육사업에 대한 열정이 인정받은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역과 계층의 대립 그리고 시기와 분노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여성리더의 나눔과 배려, 사랑과 봉사, 헌신이 절실한 때입니다.

길병원은 설립이후 반세기 넘게 자궁암 무료검진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1985년 제26회 자궁암 무료검진을 알리는 현수막

100인 기부릴레이는 성평등 사회를 향한 촛불릴레이 

한 개인에겐 작고 적은 것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겐 엄청나게 크고 절실한 것일 수 있는 게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캄캄한 밤에, 하나의 촛불만 외롭게 밝히다가, 그 촛불이 다른 양초에 불을 나누어 주고, 또 그 촛불이 다른 촛불에 불을 이어주다 보면, 결국 수많은 촛불이 어두운 밤을 대낮같이 환하게 밝힙니다. 기부릴레이도 바로 어둠을 밝히는 촛불릴레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딸들에게희망을! 그리고 이길여 총장의 희망

중앙행정기관 정부위원회 위촉직 여성위원 참여율이 지난해 9월 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4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도 2013년 9.9%에서 2015년 12%로 높아졌습니다. 또한 2015년 30대 여성고용률은 무려 56.9%를 기록했습니다. 이만하면 ‘딸들에게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저의 희망도 있습니다. 어릴 적 시골소녀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내 이웃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그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여기에 자식과도 같은 우리 가천대 학생들에게 늘 ‘간절히 꿈꾸고 뜨겁게 도전하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보람이자 희망입니다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2017/04/24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