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양운님의 생활단식체험기_ 50+인생, 삶을 리셋하다!
민양운 마을에서 노는 언니이자 생활단식 안내자
건강 하나는 타고 났다고 생각했다. 오늘 출근해서 내일 퇴근하는 연속된 생활에도 끄떡없이 견뎌내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가난한 비영리단체 활동가와 비정규직 공장노동자였던 우리 부부는 두 살 터울 아이 둘과 생활하기 위해 새벽에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 와중에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는 마다하지 않았고, 어떤 날은 한 숨도 안자고 새벽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사무실에 출근하기도 했다. 이렇게 10년을 보내고 나니 사십 후반부터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상가에 가서 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팠다.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고 그 주기가 점점 빨라졌다.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고, 환절기에는 알레르기 비염이 생겼다.
2014년 7월 오십을 넘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른 쪽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뻗지도 구부리지도 못했고, 움직이면‘악’소리가 나도록 고통스러웠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변함없이 아침부터 빈틈없는 스케줄로 꽉 찬 하루였다. 엉금엉금 기어서 택시를 타고 정형외과에 갔다. 일명 뼈주사를 맞았다. 검사결과 퇴행성관절염이 일찍 왔다고 했다. 신기하게 죽도록 아팠던 무릎이 멀쩡해졌다. 그 때 엄습하던 공포라니! 이러다 중독되면 어쩌지. 1주일 단위로 몇 번인가 더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지만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나는 통증이 사라지자 다시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느라 반복되는 나날을 보냈다. 바로 그 때 나는 생활단식을 만나게 되었다.
이전에 나는 효소단식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2007년 마을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 마을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지역운동센터의 풀뿌리활동가들과 2주간 유럽의 돌봄공동체를 탐방하고 돌아왔다. 워낙 글로벌한 입맛 덕분에 돌아와 보니 원래도 과체중이었는데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다. 그 때 지금은 돌아가신 권술룡선생님이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에게 가해지는 하중을 줄여보자고 1주일 간 효소단식을 제안하셨다. 산과 들에서 나는 100가지 풀로 만든 효소를 찬물에 희석해 마시는 효소단식은 일상생활 에너지를 제공해 주어서 크게 배고프지 않았다. 덕분에 꽤 몸무게를 뺐다. 그러나 단식기간의 3배 이상 진행해야 하는 복식과정에서 무너졌다. 미음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뱃속에서 더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생활단식과의 만남
생활단식은 말 그대로 단식원에 들어가지 않고 생활은 그대로 하면서 본단식 10일, 회복식 10일, 조절식 30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고, 단식의 진행 단계마다 지원하는 제품이 제공되었다. 천연효소로 장청소를 한 후 따뜻한 차(니시차와 된장차)와 현미조청으로 하루 300 kcal의 생활에너지를 제공받으면서 단식이 주는 자가 면역력 강화와 감량의 효과는 그대로 얻는 단식방법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따끈따끈한 차를 하루 2500~ 3000ml 이상 마심으로써 내장의 생명온도를 높일 수 있어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생수단식이나 효소단식을 하면서 번번이 무너졌던 복식과정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한 생채식을 제공하여 배고픔 없이 장내 유익한 미생물의 서식환경을 조성하여 안전하게 회복식을 마칠 수 있었다.
자기 주도적 건강법
나는 매우 원칙적으로 매뉴얼대로 단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매일 냉온샤워를 하면서 나는 혼잣말로 나에게 사과했다. ‘뱃살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의 방만했던 생활로 너를 이 지경으로 불러놓고 이제 떠나라 하니 미안해. 그렇지만 이제 우리 이별해야해. 정말 내가 이제 변할 거니까 이제 이별하자, 응?’ 거짓말 안보태고 진짜 이런 고백과 이별다짐을 매일 하다 보니 시간이 가면서 단단했던 나의 뱃살이 말랑말랑해졌고, 어느 날부터 뱃살이 쪽쪽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짜 이건 기적이었다.
2014년 8월 단식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 없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찾아왔던 수면 중 다리에 쥐나는 증세도 완전히 없어졌고, 심지어 만성 무좀도 없어졌다. 뒤꿈치 굳은살도 얇아져서 맨들맨들해졌다. 이 모든 게 혈액순환이 안되는 게 원인이었던 것을 비로소 내 몸의 변화를 통해 알았다. 나는 작년에 완경기를 맞았고 생활단식 덕분에 큰 변화없이, 갱년기 클리닉 이런 거 도움 없이 내 몸 스스로 자연스럽게 오십 중반시절을 넘어가고 있다.
몸은 삶의 이력서다. 몸은 내 삶의 가치와 사상을 담는 집이다. 잘 돌보고 손질하여 고쳐 쓰지 않고 방치해 두면 흉가로 변한다. 지나치게 지식위주 교육으로 몸에 관한 교육, 몸과 마음, 사회적 관계와 건강의 연관에 관한 성찰의 시간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 식품산업은 혀 감각만 자극하는 화학첨가물 범벅 맛으로 인해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단식하는 동안 거의 대부분 내가 나에게 가한 폭력을 반성한다. 아무 거나 먹고, 아무 때나 먹고, 스트레스로 먹고 등등. 내 몸이지만 나는 얼마나 내 몸을 알고 있나? 살 쪘다, 빠졌다, 예쁘다, 밉다, 키가 크다, 작다 등 겉으로 드러난 외모에 등급을 매기고 날씬한 미모를 기준으로 다양한 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단식은 몸과 마음, 관계의 절제와 조화, 균형회복이라는 건강의 기준을 만드는 지혜를 선사한다. 그리고 진정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한다. 오늘도 나는 마을에서 노는 언니이자 생활단식 안내자로서 가볍게 한마디 권한다.
“생활단식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