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들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 고사리손캠페인

지난 4월 17일, 초여름의 무더위에도 네팔 박타푸르(Bhaktapur) 지역의 사라스왓티(Saraswoti)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 등 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4월부터 새해를 시작하는 네팔에서 매년 열리는 지역행사이지만 예년과는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것은 여성재단의 ‘고사리손기금 전달식’으로, 215명의 학생들에게 교복과 가방, 그리고 깨끗한 물을 담을 수 있는 물병이 전달되었다. 

매년 5월, 초여름의 싱그러움과 함께 열리는 여성재단의 ‘100인 기부릴레이’는 ‘십시일반’의 기부문화 확산을 통해 이른바 ‘기부의 롱 테일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롱 테일(Long Tail)이란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는 경제학상의 ‘파레토 법칙’에 비교되는 개념으로 평범한 80%가 주도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사실 개인기부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개인의 기부 참여가 30% 미만이고, 그나마도 일회성 기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여성재단의 ‘100인 기부릴레이’는 다수의 평범한 80%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나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딸들에게 희망을’ 나누기 위해 매월 만 원씩 미래를 만들어가는 만만클럽,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일터 나눔,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와 가정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문화 나눔, 그리고 5월 한 달 동안 자신이 기부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기부를 독려하는 기부릴레이 등 ‘기부의 롱 테일’ 시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나눔이 그것이다.

고사리손기금’ 역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매년 5월, ‘100인 기부릴레이’에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녀, 청소년이 기부에 참여하면 여성재단은 같은 금액을 매칭한다. 지난 2009년부터 총 169명이 참가해 만들어진 고사리손기금으로, 올해에는 네팔 빈민촌 지역의 아동을 돕게 되었다. 고사리손 기부자가 공감할 수 있는 지원 대상 및 방식을 고민한 결과 여성재단 최초로, 해외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고사리손기금을 위한 활동은 첫째, 아동 및 청소녀·청소년이 우리사회의 소중한 기부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빈곤과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나눔과 기부의 주체로서 이들을 인정하고 참여시키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어릴 때부터 나눔에 대한 교육과 참여의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기부를 습관으로 가질 가능성이 많다면,고사리손기금의 참가자들은 우리사회의 기부 문화를 바꾸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둘째, 고사리손기금은 기부방식의 변화로 새로운 나눔을 만들고자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지원프로그램은 대개 개개인 대상이 많다. 지독한 가난과 심각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동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희망을 빼앗길 때가 많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위로와 격려를 나눌 후원자를 갖는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고사리손기금은 현지의 파트너단체와 함께 지역사회 차원의 돌봄공동체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

마지막으로 고사리손기금은 기부를 매개로 어린이와 어른의 연대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고사리손기금은 이른바 매칭펀드의 방식으로 조성된다. 18세 미만의 기부자들이 낸 기부금에 대해 어른들은 그만큼을 기부한다. 이를 통해 나눔의 가치를 세대가 공유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모아진 고사리손기금은 성평등 사회를 이루고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건강과 안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쓰이게 된다. 또한 ‘같은 또래의 다른 소원’을 지원하는 고사리손기금은 한 명의 아이가 한 명의 아이에게 미래를 선물하는 활동에 사용된다.

다양한 다수가 힘이 되는 현실, 이제 기부 문화에도 평범한 80%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더불어 나누고 돌보는 사회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기부의 롱 테일 시대’를 위한 여성재단의 기부여정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2010/09/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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