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Nal자, 날다, 날았다! – 2012 날자 최종 보고회

  • 베트남 다문화아동 외가방문 지원사업

지난 9월, 한국여성재단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삼성생명의 후원으로 결혼이주여성 및 그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하는 날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33가족(총 117명)이 하노이와 호치민을 경유하여 아내와 어머니의 고향집을 방문하는 7박 9일간의 여행이었습니다.

짧게만 여겨졌던 7박 9일간의 시간처럼 가을 한철의 시간을 지나보내고, 펑펑 내린 함박눈이 겨울의 한가운데에 들어섰음을 느끼게 해주는 12월 9일(일), 63빌딩에서 33가족들을 다시 만나 뵙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친정방문을 다녀온 33가족들을 통해 직접 날자에 참여한 소감과 평가를 듣는 시간. 가슴 먹먹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던 지난 가을의 시간들이 가족들에게 지금은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을지 궁금한 순간이었습니다.

두 달 사이에 또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과 반가운 얼굴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최광기 사회자의 진행과 함께 그 반가운 얼굴들과 한분 한분 대화를 나누어 보았던 시간. 마산 창원에서 KTX를 타고 온 투황나씨와 이강우씨 가족에게 처갓집을 다녀온 이후의 소감을 묻자, 이강우씨는 “너무 오랜만에(5년)가서 민망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고 그랬다.”는 속내를 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털어 놓습니다. 남편 자랑을 해보라고 하자 대구에서 온 쩐티응우엩씨는, “남편이 무뚝뚝하기도 하고 돈은 잘 못벌지만..”이라면서 짧은 흉으로 시작하더니 “속이 깊고,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 집안일도 잘해주고, 나에게도 잘해주고..”라면서 남편 자랑을 길게 늘어놓습니다. 남편 유치동씨 역시 “아내가 내년에 대학에 가고 싶어한다”며 에둘러 아내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친정방문을 하고 온 분들을 대표하여 소감을 발표한 투황나씨가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왜이리 가기 어려운 것인지… 결혼을 반대했던 아버지가 집안 곳곳 결혼사진을 걸어놓고 자신이 잘살기를 바라고있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지난 가을 뵙고 왔던 베트남 가족들의 마음이 다시금 상기되는지 참석한 아내와 남편들의 먹먹한 표정 속에 꼬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만이 잠시 장내를 채웠었지요.

날자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여성들의 친정방문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화합의 매체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친정방문기간과 그 이후에 이뤄지는 다문화체험 및 가족프로그램을 통해 이주여성들의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족 내 이주여성들의 임파워먼트 효과를 가져오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또한 다문화가족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부인과 엄마 나라의 문화와 가족생활 체험을 통해 다문화적 감수성을 갖고 역동적이며 진취적인 가족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짧은 7박 9일의 시간으로 이 모든 것이 일순에 다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참가자 가족들의 소감 속에서 그 바램의 실현가능성을 짧지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에도 다문화 가정이 많이 있지만 그다지 왕래가 없어서 다문화 가정의 사는 모습들을 알 수 없었습니다. 날자를 통해 여러 가족들과 더불어 아내들의 고국(친정)에 함께 방문하고 관광을 하면서 대화를 통해서 다문화 가정의 진솔한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향과 부모형제 친구들과 떨어져 언어도 통하지 않은 낯선 타국에서 겪어야 했을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중략) 여러 다문화 가정 남편들과의 토론에서는 다문화가정이기에 말 못한 사정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으며 서로 해결책을 찾기도 했습니다. 진솔한 토론 등으로 앞으로 살아가면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깨우쳐 자칫 상처받을 수 있는 아내에게 가려서 말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도 했습니다.” (윈티옌, 김두환 가족)

“특히 집사람은 저와 하은이가 잘 적응해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하은이가 외가댁을 다녀와서 외할머니, 할머니, 삼촌이 많이 보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빠 ,엄마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초청하기로 했습니다”(보성섭, 반주원 가족)

“가족마다 5일 동안 보낸 모습은 모두 달랐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한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많이 지쳐있던 아내들에게는 영양제를 맞은 것처럼 행복주사를 맞고 온 듯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데도 불평없이 열심히 먹어주던 남편, 친정 식구들의 농사일을 팔 걷어 부치고 도와주던 남편, 허허실실 장인 장모에게 재롱도 피우며 활짝 웃어주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처가댁에 다녀온 남편분들과의 이야기 속에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아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에 와서 말을 배우고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말이 통하지 않은 처가식구들 속에서의 어려움을 겪으며 의지할 수 있었던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또 더 일찍 함께 오지 못했던 미안함을 전합니다. 이렇듯 이번 날자 프로젝트는 ‘넝쿨째 굴러온 며느리’보다 더 큰 재미와 감동이 있던 각본 없는 드라마였고, ‘사랑과 전쟁’보다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오미정, 청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날자 프로젝트는 참여 가족들에게 ‘엄마, 아내’의 나라 ‘베트남’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더욱 깊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곧, 다른 가족들이 ‘나의 엄마, 내 아내’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나의 엄마, 내 아내’에 대한 사랑이 커가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습니다.”(통역사 추아령, 마산YWCA)

이날 인사말씀을 해주신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님의 말씀처럼,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의 꿈을 잘 간직하고 키워나가시길, 그리고 두 분의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인재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문화 가정의 가족들이나 친족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바램일 것입니다. 2012년 우리가 함께 했던 도약과 비상이 새로 바뀌는 해에도 이분들의 가정에 계속되기를, 아니 더 힘찬 비상으로 펼쳐지기를 바래봅니다.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2012/12/17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