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기부릴레이] 기부도 공부하고 학습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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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을 바라며 산다. 바라는 행복의 모양새는 각자 다르겠지만 행복을 바라는 마음만은 비슷할 듯하다. 최원일 상무(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대외협력실. 47세)는 행복해지려고 기부를 한다.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나누면 내 맘도 편해지고 그 힘으로 우리 가족도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들 호민과 딸 민지, 지호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는 마음이 인터뷰 내내 전해져 온다. 마음은 알겠지만 기부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준비된 듯해 얼핏 진실성이 의심될 찰나 정신이 번쩍 드는 얘기를 해준다.

“큰 아이가 주의력결핍장애(ADHD)가 있어요. 내 아이가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아이를 다잡으려고 매질도 했었지요. 이제는 아이를 놓아두고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부모가 여유를 주니까 아이가 정서적으로 편해지면서 요즘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내 아이에게 어떤 결핍 혹은 장애가 있을 때, 노력만으로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 아이가 직면해 있을 때 부모들은 자책과 조바심으로 영혼이 황폐해져간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생각하고 기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원일 상무의 기부는 즉흥이 아니다. 과거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기부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자원봉사가 교육이자 학습의 일환인 것처럼 기부도 공부하고 학습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기부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내 기부금이 아이들 교육 사업에 쓰이길 바랍니다”

배고프고 배우지 못하고 서러운 사람들에게 기부금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의 교육 사업에 기부금이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한다. 자녀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아내와 세 아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최원일 상무는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을 사회적 기부자로서 최선인 것처럼 언급하는 게 언짢다.

“우당 이회영선생은 전 재산을 가지고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그 분은 전 재산과 목숨을 나라에 기부한 것입니다. 이런 훌륭한 분이 우리나라에 있는데도 외국인을 우리의 모범인 듯이 얘기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이라고 한다. 최원일 상무는 50점도 겨우 준다.

“여성들이 살기 힘든 나라입니다. 육아문제를 여자 혼자 도맡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아이가 셋이다보니 아내의 힘겨움을 자주 보았을 최원일 상무는 아이 키우는 문제를 제일 먼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최상무는 성평등을 위해 집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도 궁금해진다.

“아침에 설거지하고 방을 청소하고 출근합니다.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람이고 아내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그런 것이라도 하는 거지요.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은 것이니 하기 싫고 힘든 일을 나눠서 하는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을 가르고 나누는 것을 반대한다는 최원일 상무는 한국여성재단이 여성과 남성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여성재단이라고 해서 여성들만 다니고 일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만화가 박재동씨와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울진 부령계곡에 배낭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최원일 상무. 다문화가정을 돌보고 힘을 주는 일에 요즘 애를 쓰고 있다는 그는 65세가 되면 속세를 뒤로 하고 출가를 할 예정이란다. 오래된 결심이라고 하니 초면의 기자가 가타부타 할 말은 없었지만 그가 떠나면 이 속세가 조금 쓸쓸해질 듯하다.

– 한국여성재단 기자단 한진숙 –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2012/09/27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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