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100인 기부릴레이] ② 유한킴벌리 ‘여성 1호’를 만든 결정적 한 마디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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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여성 1호’를 만든 결정적 한 마디 “버티자”


 

[인터뷰] 이호경 유한킴벌리 부사장 87년 여성 공채 1기로 입사
‘소통’ 기업문화 일군 리더 후배 끌어주며 여성위원회 마련
‘100인 기부’ 이끔이로 활약
‘소통·존중’ 중시 기업문화 여성 위한 기부로 이어져

 

“어서오세요.” 미팅룸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호경 님’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유한킴벌리 부사장이자 여성/시니어용품 사업부문장인 그는 사내에서 ‘부사장’이라는 직책 대신 ‘이호경님’으로 불린다. 소통을 늘리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유한킴벌리의 조직 문화다. 1987년 공채 1기로 입사한 이 부사장은 34년째 유한킴벌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공헌했다. 생활·용품기업인 유한킴벌리가 ‘여성·가족친화기업’, ‘착한 기업’으로도 불리는데 이 부사장의 역할도 큰 몫을 했다.

“사직서나 다름없었던 청첩장을 내고도 퇴사하지 않았던 회사 최초의 여사원.” 이 부사장은 워킹맘의 일·생활 균형을 응원하며 연 ‘일맘 컨퍼런스’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83학번인 그는 당시 취업이 잘되던 과를 마다하고 경영학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고 이도재씨)의 강력한 권유 덕분이라고 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배치표에서 영문학이 있는 대학을 살펴보고 있었어요. 당시 영문학이 취직이 잘 됐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직장을 다닐 거라면 경영학을 가는 것이 맞다’고 강력히 미셨죠. 옛날 분이시지만 두 남동생과 차별 않고 늘 제 편이셨어요.”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유한킴벌리에 입사한 그는 입사한 여성 3명 중 한 명이었다. 이듬해인 입사 2년차 때 그는 사직서나 다름 없던 청첩장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1980년대 여성은 결혼하면 사표를 내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 부사장은 “결혼하는 것이 죄는 아니라는 생각에 버텼다”고 했다. ‘방패막’이 돼 준 상사의 도움으로 첫 걸림돌을 넘긴 그는 장애물이 있을 때마다 이 말을 가슴에 담았다. “버티자.”

 

변화는 언제나 작은 한걸음에서 시작된다. 이 부사장의 결단은 선례가 됐고, 자리를 지키고 여성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회사는 자연스레 여성친화경영,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혼하고도 퇴사하지 않은 여성 직원 1호’인 그는 상무였던 2011년 사내 여성 임원들과 함께 여성위원회를 만들어 후배들을 이끌어주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KWIN(Korea Women Interactive Network)을 발족했고 2016년에는 외부로 눈을 돌려 ‘일맘 컨퍼런스’도 열었다.

유한킴벌리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4월에는 서울 대치동 시대를 마감하고 송파구 잠실로 본사를 이전하며 또 다른 50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 부사장은 “이전에는 한 건물에 7개층을 나눠썼는데 지금은 1개층을 쓰면서 직원들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고 설명했다.

 

도약을 위한 첫 신호탄인 창립기념식을 겸한 전 사원 나무심기 행사는 마스크 100만매 기부로 대체했다. 임직원과 노동조합이 뜻을 모아 공적마스크 생산분량 외에 3~4월 중 공장에서 생산하는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대구 지역에 보냈다. 사원들의 기부금도 마스크와 함께 전달됐다.

“마스크 생산 회사인데도 수요가 늘면서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공적마스크 분량을 제외하고 생산량의 80%는 기부에 쓰였습니다. 전 사원의 뜻을 모아 급여의 1%가 모금을 했고요.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마스크 기부와 모금은 전 사원이 선뜻 동참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4년째 ‘이끔이’로 사원들의 기부를 독려하고 있는 이 부사장은 “동료들에게 이메일로 소개글도 보내고 신청서를 프린트해서 직접 나눠주면서 함께하자고 권한다”며 “한국여성재단을 통한 기부는 우리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겐 가뭄의 단비 처럼 꼭 필요한 손길이 된다는 것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갑고 보람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돈이나 물품으로 기부하는 것은 낮은 차원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여성들이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데 보탬이 되고 한 사람 한사람의 철학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가 한국여성재단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학과 협업해 마련한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교육, 여성청소년들의 미래여성 환경리더로서의 성장을 돕는 숲체험캠프, 청소녀들을 위한 월경교육 등이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고 리더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 부사장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나 커리어패스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끝나지 않는 터널은 없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아침에 회사로 출근해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삶을 살았어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퇴근하고 나서도 김치 담그기도 했고요. 그때 당시는 이 힘듦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그 기간을 지나니 알겠더라고요. ‘끝이 있는 일이구나’라는 것을요. 지금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조금만 버티면 곧 끝이 와요. 2~3년 앞서 산 선배가 곁에서 이런 얘기를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곁에서 손을 내밀어 주는 여성 선배의 존재는 소중하다고 했다. 제도 마련과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는 연대가 아직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유한킴벌리 ‘여성 1호’를 이끈 키워드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의 속어)와 연대였다.

 

 

*본 글과 사진은 여성신문 홈페이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9024

*사진 출처 : 여성신문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2020/05/29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