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여행, 또 다른 비상’ 독일 여성운동 탐방 연수 후기 _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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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또 다른 비상 
독일 여성운동 탐방 연수 후기 _ 1탄

이른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성매매, 가정폭력, 여성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2명의 여성활동가들이 독일로 떠났습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 지원으로 <짧은 여행, 긴 호흡> 기획사업을 통해 함께 떠난 여성활동가들은 유럽 안에서 제기 된 난민과 이주민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 및 차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한 각국의 여성 운동 흐름 등 한국여성운동의 주요 과제가 어떻게 전 세계 여성들의 이슈와 연결되어 있는지 직접 경험하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인 시각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였습니다. 더불어 전국에서 함께 운동하며 같은 목표를 가진 활동가로서의 정체성과 비전을 다시 공고히 하며 굳건한 연대를 쌓았습니다.

그 비상의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긴 호흡으로 여성운동 바라보기”

오수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사무국장

7월이 시작되고 장맛비가 내린다. 청명하고 뽀송뽀송하던 독일 트리어의 날씨가 종종 떠오른다.
미투운동으로 뜨겁고 분주했던 6월에 떠난 한국여성재단의 짧은여행 긴호흡 독일여성운동 탐방 연수는 그야말로 긴 호흡으로 여성운동을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갖게 해주었다.
또한 14명의 각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전국의 여성활동가들가 함께 만나는 자리도 의미 깊었다. 서로 만난 적도 이야기한 적도 없지만 여성운동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자매애를 느낄 수 있었다.
결코 짧지 않은 8박9일의 시간이었다. 시간의 여정보다 더 길게 보고, 배우고, 느꼈던 배움과 쉼의 여정을 기록해 보려 한다.

# 세심한 배려의 연수

독일로 출발하는 날, 11시간의 비행도 힘들었지만 지역에서 출발하기 위해서는 출발 전날 혹은 새벽부터 이동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 다시 트리어까지 이동하면서 독일에 도착했다는 기분보다는 이제는 그만 온갖 ‘탈 것’ 들에서 내리고 싶다는 심정만 들었었다. 그러나 트리어에 도착해 우리가 지낼 호텔의 야외 테라스에 앉는 순간 시차도 잊게 하는 깨꿋한 공기와 초록의 물결, 참가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숙소, 시원한 맥주와 와인은 그동안의 힘듦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모두들 백야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고, 공간의 이동이 주는 여유로움을 마음껏 즐겼다. 아침 새소리에 잠에서 깨고 고즈넉한 아침산책을 즐기며 자연이 주는 쉼은 충분한 위로였다.

독일 연수 내내 참여자들은 평소 우리에게 이렇게 긴 식사시간이 있었는가를 말하면서 웃었다. 음료를 마시고 음식을 기다리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때로는 기관방문에 느꼈던 쟁점들이 다시 토론까지로 이어지며 우리의 수다는 여유 있었고 즐거웠다. 참여자들을 위해서는 아주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 정책과 현장의 연결을 보여주는 연수

8박9일의 여정동안 모두 6개의 기관을 방문했다. 방문기관의 구성은 독일의 여성정책과 현장을 연결해서 볼 수 있었다. 독일연수를 준비하기 위한 두 번의 워크숍을 통해 모듬별 사전토론이 진행되고 연수 참여자 모두에게 역할이 주어졌다. 기관방문의 내용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질문을 구성하는 작업은 참여자에게도 이 연수의 목적성과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작업이기도 했다.

그 첫 일정으로 1999년에 설립된 국제여성센터(Internationales Frauenzentrum Bonn (IFZ))를 방문하여 대표와 회원들과 함께 독일여성운동의 성과와 현황, 국제여성센터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번째 방문한 라인라트팔쯔 주정부 여성부(Ministerium für Familie, Frauen, Jugend Integration und Verbraucherschutz in Rheinland-Pfalz) 정책국장면담은 독일의 여성정책의 흐름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루졌으며, 가장 열정적 토론이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마더센터(Mütter – und FamilienZentrum Ingelheim e.V.)의 방문은 기존의 돌봄의 개념을 넘어선 현장전문가의 경험 축적과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지역네트워크 구성의 새로운 모델링을 보게 했다. 트리어 여성의집(Frauenhaus Trier) 방문에서는 여성폭력피해에 대한 독일사회의 인식과 여성쉼터 이용자의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트리어대학(Trier University) 브라운 교수(Prof. Hans Braun) 특강으로 독일사회의 여성정책과 현재의 과제 또한 독일사회의 일가정 양립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트리어시 여성정책담당관 면담은 내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젠더문제를 담당하기 위한 기구 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와 일상에서 성평등 정책이 실현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 기관방문마다 참여자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순차통역으로 진행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으로 보거나 말로만 듣던 독일의 여성정책과 현장을 직접 듣고 경험하면서 제한된 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국제여성센터(Internationales Frauenzentrum Bonn (IFZ))

라인라트팔쯔 주정부 여성부(Ministerium für Familie, Frauen, Jugend Integration und Verbraucherschutz in Rheinland-Pfalz)

마더센터(Mütter – und FamilienZentrum Ingelheim e.V.)


# 가슴을 뛰게 하는 여성들의 연대

독일의 여성정책에 대해 보고 들으면서 독일사회와 한국사회의 맥락적 이해와 해석이 우선되어야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과 한국의 다양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또 내가 속해있는 지역에서의 활동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볼 수 있었다. 기다리지 않고 지금 행동하는 여성운동, 우리의 일상이 그러하듯이 일상에서 창조적인 배움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여성들의 연대, 현장의 활동 모든 것에서 여성주의 가치를 실현해가기, 차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네트워크, 마지막으로 이 모든 우리의 활동에 웃음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들은 공간을 뛰어넘어 독일과 한국의 여성들을 연결시켰다.

트리어 여성의집(Frauenhaus Trier)

트리어대학(Trier University) 브라운 교수(Prof. Hans Braun) 

# 또 다른 경험이 주는 힘

짧은여행 긴호흡 독일여성운동 탐방 연수는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고자 하 는 나의 운동에 큰 힘이 되었다. 독일사회의 맥락을 이해하며 독일의 여성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여성운동에 대한 질문을 재구성하는 노력은 다시 우리가 처한 현실과 나의 운동을 해석하게 하고 현장의 실천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성활동가들이 유럽의 여성운동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있었으면 한다.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지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여성운동의 흐름에 현재 나의 활동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며,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지구 저편의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으면 한다.

# 우리 모두에게 감사를

모두에게 감사한 연수였다.
통역과 운전까지 담당하시면서 독일사회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해주시고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신 정재훈교수님, 어떠한 경우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으시며 우리를 모젤의 세계로 안내해주신 황민수 선생님, 8박9일의 일정동안 유쾌함을 잃지 않으며 여성연대를 실현한 참가자들 아마도 오랫동안 고마움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끝으로 전 일정을 만들고 지원해주는 한국여성재단과 교보생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게 앞으로의 바람과 고마움을 전한다.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무단 전재-재배포금지> 2018/07/09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