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여행, 긴호흡_기획여행 이야기 1 “함께 하니 더 좋지 아니한가”

  • 짧은여행 긴호흡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를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지난 6월26일부터 7월 1일까지 23명의 여성 활동가들이 교보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후원하고 한국여성재단이 진행한 <짧은 여행 ,긴 호흡>을 통해 족자카르타로 여행을 다녀왔다. 낯선 장소로 초면의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은 설렘과 더불어 걱정을 동반하기 마련하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금세 친해졌고 족자카르타를 맘껏 즐겼다.

함께 보고 : 재미를 배가시키는 십인십색의 시선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족자카르타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곳으로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유적이 즐비하다. 여러 왕조들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며 겹겹이 쌓인 종교와 문화적 색채가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보로부두르 불교사원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프람바난 힌두사원이 족자카르타에 공존한다. 크라톤 왕궁과 따만사리 궁전 같은 이슬람 유적지도 많다. 족자카르타 시민 대부분은 이슬람교도이지만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다.

“벽에 새겨진 조각이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다워요.”

“이 사원들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까요.”

“프람바난의 200개 넘는 탑이 지진으로 거의 무너졌고 18개만 남았다니 안타까워요.”

“한때 지배국이었던 일본의 자본으로 복원했다니, 서글픈 현실이네요.”


하는 일, 사는 지역, 나이가 다른 만큼 활동가들이 쏟아내는 느낌도 다양했다. 예술적 성과에 감탄하고 민초들의 희생을 애도하고 종교적 의미를 되새기고 자연의 위대함에 놀라고 식민지 역사에 분노하는 등 각각의 느낌을 자유롭게 나누던 활동가들이 ‘시바신의 발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가이드의 말에 조각상의 발을 만지기 위해 모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웃음이 터졌다.

함께 먹고 : 김치와 고추장을 잊게 만든 인도네시아 음식

“가방에 김치가 있는데 이번에도 안 가지고 내렸어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전병화 활동가(경기 가화부설가족상담센터)는 김치를 번번이 이동 버스에 두고 내렸다. 이 김치는 물론이고 고추장, 구운 김과 볶은 멸치 등 활동가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겨온 음식들은 마지막 날에서야 버스에서 도시락과 함께 먹었다. 나시고랭, 미고랭, 사떼로 대표되는 인도네시아 음식들이 맛있기도 했지만 활동가들은 여행 내내 현지 음식 먹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7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족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첫 식사부터 활동가들은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요리 재료와 양념을 유추해보기도 하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가이드에게 물어보면서 연신 맛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현지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구눙 키둘 화산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동네 할머니가 카카오 열매를 먹으라고 주자 너도나도 맛을 보았다. 먹기 힘들다며 말리는 가이드의 말은 아랑곳없이 말이다.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두리안도 실컷 먹었다.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가졌다는 두리안은 호불호가 분명한 과일이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예외였다

 

함께 느끼고 : 마음이 편해지는 인도네시안 스마일

“전화번호를 보여주고 무작정 부탁했어요. 가이드 저너씨가 한 번에 안 받으셔서 받을 때까지 걸어주셨어요.”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일행과 떨어진 이정현 활동가(용인환경정의)는 친절한 인도네시안의 도움을 받아 가이드와 연락할 수 있었다. 사원에서 휴대전화를 빌려준 사람이 특별히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사원, 화산, 시장, 호텔, 식당, 거리 등등 곳곳에서 만난 인도네시안들은 누구나 친절했고 항상 웃음을 보여주었다. 여행자들을 신기하게 보거나 호기심을 드러내거나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순수하고 착해 보여요. 무엇보다 구걸을 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동남아시아 여행하면 쉽게 연상되는 구걸이 없어서 좋다는 남금란 활동가(서울 보금자리)의 말이다. 반둥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땅꾸반 프라후 화산은 호객행위를 하는 노점상들이 유난히 많았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가격 흥정은 강매와 구걸이 없으니 불쾌함보다는 은근한 재미를 주었다.

함께 한 여행을 더 좋게 만드는 네트워킹

“서울, 용인, 천안, 대전, 파주, 부산, 제주….전국일주를 할 수 있겠어요.”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자 활동가들은 놀러 오면 맛있는 밥과 일정은 무조건 책임진다는 초대를 주고받았다. 전국일주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들 설레는 표정이다. 초대 외에 업무 중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필요하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활동가들은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이외의 사람들과 만남이 적다며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경험을 나누고 시선을 확장하고 싶어 했다. 더불어 동일한 분야의 활동가들과는 정보 공유를 원했다. 그들의 희망은 여행과 더불어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글 ㅣ 송재금

<저작권자© 한국여성재단, 무단 전재-재배포금지> 2017/07/10 11:12